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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가운데)와 주현미(오른쪽), 조항조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1964년 발표된 이후 그야말로 헤일 수 없이 수많은 이들이 듣고 부른 ‘동백아가씨’. 가수 이미자(84)의 육성으로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들을 기회가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후 꼬박 66년 동안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대중들과 함께 울고 웃어 온 이미자가 다음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 맥(脈)을 이음’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이미자는 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할 수 없게 됐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평소 은퇴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면서 ‘은퇴’라는 두 글자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꺼렸다. 하지만 이미자는 “전통가요를 사라지게 하지 않고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공연을 할 수 있게끔 한 제작사가 있었기에, 혼자 조용히 이 공연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다음달 공연이 마지막 무대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1941년생 뱀띠로, 노래만 66년을 해 온 최고령급 현역 가수다.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는 신성일·엄앵란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곡으로 1960년대 최고의 히트곡이자 한국 트로트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힌다. 1964년 가요 프로그램 차트 35주 연속 1위, 음반 판매량 25만장이라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이미자는 “우리 가요가 곧 한국 100년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일제 강점기에 겪은 설움, 해방의 기쁨을 되새기기도 전에 6·25를 겪은 설움 등 우리 역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를 위로하고 애환을 느끼게 한 것이 우리 대중가요였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준 노래가 전통가요”라고 말했다.

크나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동백아가씨’는 발표된 이듬해인 1965년 방송금지 조치를 당한다. 왜색풍이 짙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된 이후 22년 만인 1987년에야 해금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애창곡이 이 노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미자는 “제 노래는 질 낮은 노래라는 등 서구풍 노래에 밀려서 무언가 소외감을 느끼고 지냈다”면서 “그래서 (장르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바삐 살다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전 파병 장병 위문도 하러 갔고, 독일 위문 공연도 했다”며 “그때마다 제 노래를 듣고 울고, 웃고, 환영해 주신 모습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고 했다.

이미자의 마지막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그는 1989년 가수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 처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공연을 열었다. 이후 데뷔 35주년, 40주년, 45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까지 5년 간격의 기념공연을 모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었다.

후배 가수 주현미·조항조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래서 공연 타이틀이 ‘맥을 이음’이다. 주현미는 “대중음악은 유행가로 그때그때 유행을 따라가는 장르로 ‘굳이 맥을 이어야 되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힘든 시기에서도 찾고자 한 즐거움과 희망 등이 노래 한 곡에 다 담겨 있다. ‘엄마가 밥 지으면서 흥얼거리던 동백아가씨’ 이런 게 이어져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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