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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한국 관세가 미국보다 평균 4배 높다”며 “심지어 우리는 그들에게 군사적으로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ㆍ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모든 공산품에 서로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대미 수입품 전체로 보면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정도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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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MFN 단순 평균 관세율은 미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오해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산업부는 “한미 수입품에 대한 우리나라 관세율은 사실상 0%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며, 미국에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불공정 이득을 올리는 국가로 지목한 만큼 상호관세 부과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향후 진행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장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배’라는 숫자는 한국이 불공정하게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단어라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 리스크 팀장은 “앞으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한국이 무역흑자를 많이 내고 있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 표현이자, 협상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간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합리적인 논리로 설득하는 ‘정공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엔 각국의 부가가치세를 실질적인 관세로 보고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엄밀히 보면 이걸 관세로 보긴 힘들다”라며 “이치에 맞지 않더라도 본인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하루 빨리 미 정부에 충분한 설명을 해 오해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다만 본 협상에선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상 당국은 관세 전쟁의 전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고환율(낮은 원화 가치)이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중국 위안화든 일본 엔화든 이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고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 고착화와 정국불안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한 한국도, 미국 입장에선 무역흑자를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지목돼 관세를 맞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부는 일단 대미 흑자를 줄이고, 한국이 미 제조업 부흥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 1~2월 누적 대미 무역수지는 76억3300만 달러 흑자로 전년동기 대비 8%가량(6억7700만 달러, 1조원가량) 줄었다. 1월과 2월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다. 수출이 일반기계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앞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미국으로부터 에너지ㆍ농산물 등의 수입을 확대하면 대미 무역흑자는 앞으로도 감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미국에 투자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점도 협상의 지렛대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한국은 미국에 215억 달러(약정금액 기준)를 투자하며 최대 투자국이었다”고 보도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한국에 어떤 조치를 할지,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 윤곽이 잡힐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미 백악관에 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전술에 말려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 입지가 크게 좁아진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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