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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프 "이라크·아프간 파병 잊었나" 격앙
밴스 "영·프 직접 언급 안 했다" 수습 나서
JD 밴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4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회 연설 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함께 상·하원 의장석에 서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사실상 영국과 프랑스 군대를 가리켜 '어중이떠중이'라고 지칭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막말에 두 나라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양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것을 잊었냐"고 쏘아붙이며 자국 군인들을 모욕한 밴스 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이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최적 방안이라고 주장하며 특정 국가의 군대를 폄하했다.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 경제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크라이나에는) 최상의 안보 보장책이다. 이는 30~40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은 '몇몇 어중이떠중이 국가(Some Random Country)'의 2만 명 병력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이 구체적인 국가명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발끈했다. 제임스 카트리지 영국 보수당 예비내각 국방장관은 "영국과 프랑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함께 병력을 배치했다"며 "이러한 헌신과 희생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누 프랑스 국방장관도 "지난 60년간 목숨을 잃은 약 600명의 프랑스 병사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동맹국들로부터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밴스 부통령의 '불특정 대상 모욕'에 반응하고 나선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나라는 현재까지 양국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통령이 영국·프랑스를 비하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거센 반발에 밴스 부통령도 수습에 나섰다. 그는 4일 엑스(X)에 "나는 인터뷰에서 영국이나 프랑스를 언급하지도 않았다"며 "두 나라는 미국과 함께 20년 이상 싸워 온 동맹국"이라고 썼다. 다만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우크라이나 지원을 자처하는 나라 중에는 전쟁 경험도, 적당한 무기도 없는 국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후 우크라이나 파병에 찬성하는 캐나다, 노르웨이 등으로 시선을 돌리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밴스의 해명에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영국 육군 장교 출신이자 보수당 하원의원인 벤 오비스-젝티는 BBC에 "영국과 프랑스가 아니라면 밴스는 도대체 어느 국가에 대해 말한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밴스는 우리 군을 모욕했고,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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