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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내다판 지방 점포 샀다가
매각 어려움에 펀드 청산 수포로
‘울며 겨자먹기’ 만기 연장 이어져
홈플러스 ‘세일앤리스백’ 전략 적신호 분석도

홈플러스 마트 부지를 자산으로 담은 부동산 펀드와 리츠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기 연장과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지방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자 반응이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부동산 펀드 등이 지방 소멸에 따른 위험을 저평가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뉴스1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의 대출 만기일을 대주단(채권단)과 협의해 6개월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대출 만기는 지난달 28일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자산 매각이 여의치 않아 만기일자를 미룬 것이다. 대출 연장기간 동안 배당금은 미지급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1877억원을 투입해 홈플러스 전주효자점 부지를 펀드 자산으로 편입시켰다.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은 전주 지역 최대 규모의 대형 마트다. 임대보증금 135억원에 나머지 1075억원은 사모펀드를 통한 담보대출로 구성했다. 공모금액은 667억원이었다. 여기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지난 2023년부터 배당을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매각은 작년 8월부터 준비했다. 매각 주관사로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기업인 부동산플래닛을 선정했다. 하지만 매수 의향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있어 안정적인 배후 수요를 가지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매수 의향자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것이다.

전북 전주시의 인구 수는 2023년 기준 65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전주시정연구원이 발행한 ‘인구감소시대에 대응하는 전주시 인구정책 방향 및 과제’에 따르면 전주시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0.69명이다. 전국 0.72명에 비해 낮은 수치다. 도시가 확대되지 못하고 쪼그라드는 지방 소멸 상황이라는 뜻이다.

홈플러스 평촌점을 가진 KB부동산신탁의 ‘KB평촌리테일리츠’도 자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리츠는 2020년 1월 17일 설립됐다. 원래는 5년 내에 부동산을 매각하고 청산할 계획이었다. 2022년부터 연내 매각을 목표로 움직여왔지만 결국은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평촌점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동안로에 있다. 4호선 범계역은 도심이고 토지가 2종주거지역이라 주거시설로 개발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것은 주거시설이라고 해서 ‘미분양의 덫’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작년 11월 일반분양한 평촌 ‘아크로 베스티뉴’가 대표적이다. 전체 1011가구 중 391가구를 분양했는데 본계약 체결률이 42%에 그쳐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

이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아닌 곳의 분양가가 최근 급등한 건설비용을 모두 반영해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주거시설은 가장 시행 난이도가 적은 상품으로 분류되지만, 시장 분위기상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유경PSG자산운용도 홈플러스 울산점, 구미점, 시화점에 투자한 펀드의 만기를 연장했다. 마찬가지로 매각이 맘처럼 되지 않아서다. 세 개 점포를 담은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 제3호’의 기존 만기는 올해 2월이었는데 3년 연장에 따라 2028년 2월로 미뤄졌다. 이 펀드는 홈플러스 3개 점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면서 3003억원을 투자했다. 이 중 선순위 대출은 1650억원, 후순위 대출은 364억원이다. 임대보증금은 217억원이고 공모로 1073억원을 돌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매각 난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지금까지 펀드는 매각에 나서면서 홈플러스가 책임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어 안정적이라고 강조해왔지만, 기업회생이라는 불확실성을 만난 탓이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공익채권, 상거래채권을 제외한 점포 임대료 채권채무가 당분간 동결될 수 있다. 이 경우에 임차료를 못 낼 가능성이 있다. 또 최악의 경우 펀드는 대주단에 이자를 낼 수 없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점포와 부지를 가진 펀드의 고전이 지방 소멸 위험을 경시한 채로 투자 결정에 나선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롯데쇼핑 등의 지방 점포 매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가 대세가 돼 거주는 지방에서 하더라도 투자는 서울에 하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라면서 “지방 인구는 계속 줄고 나아가 상가·업무 시설에 대한 수요도 사라진 상황이라 지방 펀드 청산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정상 운영 의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홈플러스는 유통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점포 매각을 진행해왔다. 다만 점포를 매각하고서도 세일앤리스백(자산매각 후 임차) 구조로 영업을 이어왔다. 점포와 부지를 보유해 자산 상승 효과를 누리는 것보단 매각 후 임대해서 고정비(임대료)가 좀 나가더라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해 왔다는 뜻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정상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펀드가 개발을 원하는 부지일 경우엔 홈플러스와 임차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면서 “홈플러스가 영업을 계속하고 싶은 매장일지라도 퇴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출 약정서에는 통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펀드는 대주단의 승인을 받아 임차인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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