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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강원 홍천군 아미산에서 훈련 중 순직한 김모 일병(사후 상병 추서) 사고 관련, 육군 의무후송 헬기 ‘메디온’이 경직된 지침에 얽매여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펼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이 규정한 개활지를 찾느라 메디온이 구조다운 구조를 시도도 하지 못한 채 한 시간 가까이 상공만 맴도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24일 경기도 포천시 육군5군단 3사단 예하 백호대대에서 열린 '2024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의무후송전용헬기 KUH-1M 메디온이 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하강하고 있다. 국방일보=뉴스1
4일 군 당국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25일 메디온은 김 일병이 쓰러진 지점에 출동했지만, 48분 동안 상공을 맴돌다 철수했다. 호이스트 구조에 적합한 작전 환경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호이스트 구조는 헬기가 공중에 낮게 뜬 상태에서 줄에 묶은 들것을 내려보내 환자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당시 통신병인 김 일병은 군단 훈련 중 아미산 정상에 통신 안테나를 설치하기 위해 등반했다가 비탈길에서 굴러 떨어졌다. 오후 2시 29분 함께 등반한 하사가 김 일병을 발견했고, 이 때만 해도 김 일병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119와 군 의무종합센터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각각 2시 56분과 3시 30분이었다. 메디온 헬기는 오후 4시 44분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김 일병을 구조하지 못하고 오후 5시 32분 그냥 철수했다. 김 일병에게 심정지 증상이 발생한 시각은 4시 51분이었다. 메디온이 48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심폐 소생 등이 제때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메디온 철수 이후 119 헬기가 오후 5시 44분 현장에 도착했고, 김 일병을 구조해 오후 6시 17분 원주 소재 병원으로 옮겼으나 오후 6시 29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메디온이 호이스트 구조 활동을 실시하지 못한 채 현장 인근을 헤맨 건 메디온 호이스트 운용 관련 ‘참고 교범’에 담긴 가이드라인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은 구조 작전을 실시하려면 일정 조건의 개활지가 필요하다고 명시한다. 메디온에 투입된 장병들은 평상시 이런 교범을 중심으로 훈련받았고, 결과적으로 당시 경사가 가파른 사고 현장은 개활지가 아니라 호이스트를 내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이같은 엄격한 호이스트 운용 규정을 두고 군 당국이 구조 작전 환경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메디온이 구하지 못한 김 일병을 직후 119 헬기가 곧바로 구조한 게 방증이다. 특히 산악지 훈련이 많은 우리 군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매뉴얼로는 제한적 구조 활동밖에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일병 발견 후 신고가 27분간 지연됐고, 앞서 부상당한 상병의 장비까지 김 일병이 짊어지게 한 점도 따져볼 문제다. 현장 지휘 간부들의 안일한 임무 수행 지시 역시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부대 소대장과 함께 훈련에 나섰던 중사, 하사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육군 장병들이 산악 지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안종민 국가보훈행정사무소 대표 행정사는 “군인을 살리기 위해,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메디온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어느 순간 현장을 무시한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골든타임이 무너져 이번 비극을 낳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민간 수사기관에서 환자 후송 적절성을 포함해 사고 경위를 수사하고 있어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응급환자 후송 체계 개선, 보상 및 지원, 고인에 대한 예우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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