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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한 합동 세션 연설에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며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국내 기업들은 긴장한 모습이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기반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대미 투자를 결정했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천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도 최대 4억5천800만 달러(약 6천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다.

미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서울=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2025.2.14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데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까지 언급되는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북미 대관 담당 등을 총동원해 현지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기업에 미칠 영향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이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반도체법 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에서 추진한 반도체법을 2기 들어서 폐지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SK하이닉스 미국 인디애나주 HBM 생산 공장 건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달러(약 5조2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기지를 짓는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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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추가 투자 또는 보조금 축소를 위한 압박용으로 반도체법 폐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대만 TSMC는 미국의 '인텔 구하기' 압박 등으로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 면담 후 미국에 1천억달러(약 145조9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투자까지 합해 대미 투자액이 총 1천650억달러로 늘어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국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국내 기업에도 재협상을 요구하며 추가 투자를 요구하거나 보조금 지급 규모를 축소하려고 할 수 있다"며 "다만 개별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미칠 영향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TSMC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국내 기업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금은 계약에 의해 투자해야 하지만 만약 반도체법을 폐지하면 미국 투자에 대해 오히려 기업이 기업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유연하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이 7%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관세 부과도 대만보다 영향이 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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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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