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두고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최근 당 비주류들을 잇따라 만나며 쌓아온 당내 통합 행보가 무색해지는 발언이다.
이 대표는 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2023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찬성해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을 당시를 두고 “(당시) 가결되겠다 (판단했다), 그 전에 제가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국회는 2023년 9월21일 총 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표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 대표는 당시 자신을 향한 당 비주류의 압박과 검찰의 수사 타임라인이 겹친다며 “증거는 없고 추측이다. (하지만) 타임 스케줄이 대충 맞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2023년) 6월에 민주당의 유력한 분을 만났는데 ‘사법처리 될 거니 당대표를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 같으니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사퇴해라’라고 했다. 시점도 언제까지로 정해줬다”며 “나중에 보니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을 사적 욕구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를 하면 당이 뭐가 되겠나. 제가 그들을(체포동의안에 가결한 이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 정당”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일었던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공천을 두고 “내가 (공천에서) 배제한 사람은 7명밖에 없는데, 그 중 4명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정무적 판단은 3명이었다. 나머지는 경선을 했는데 당원들이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다 가려낸 것”이라고 했다. 체포동의안 찬성에 분노한 당원들이 ‘알아서’ 가결파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는 취지다.
이 대표가 당내 체포동의안 ‘가결파’들에 대한 생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렇다 할 증거 없이 당대표가 당 소속 인사들을 검찰과 손잡고 정치적 암거래를 한 세력으로 묘사한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간표가 맞아 떨어진다’는 게 유일한 근거지만 당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예고성 보도가 잇따르던 시기다. 굳이 검찰과 ‘내통’하지 않아도 ‘방탄정당이라는 오명을 쓸 것이냐, 먼지털이식 수사를 펼친 검찰에 맞서 당대표를 지킬 것이냐’를 놓고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오가던 상황이라는 뜻이다.
한 원외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이 대표를 향했던 여러 물밑 요구들은 여당이나 검찰과 협잡해 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지어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나왔던 것들”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을 고려하면 지금 비주류 인사들을 만나는 건 그야말로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