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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개 이사장 자리 두고 1606명 경쟁
선관위 관리로 전국 536개 투표소 설치
“금고 안정적 운영 잘 할 인물로 뽑아”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투표소에서 한 회원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김태호 기자

서울 숭인동에 사는 장선심(67)씨는 5일 아침 투표를 마치고 처음으로 설렌다는 감정을 느꼈다. 장씨는 이날 오전 9시 동네 주민센터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수십년간 대통령·국회의원을 뽑으면서도 투표가 신난 적은 처음이다. 그는 이날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뽑는 선거에 참여했다. 장씨는 “20년 넘게 마을금고(새마을금고의 옛 이름)에 돈을 맡겼는데 이사장은 처음 뽑아본다”며 “내 돈 관리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뽑는다니 설레 아침 일찍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전국 동시 이사장 선거가 이날 열렸다. 이번 선거는 일반 회원이 직접 이사장을 뽑는 첫 직접선거이기도 하다. 전국 1276개 금고 중 90%를 웃도는 1163개 금고의 이사장이 선출된다. 1606명 후보자들이 이사장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그래픽=정서희

이날 오전 9시 방문한 서울 종로구 숭인1동주민센터에도 투표소가 차려졌다. 이곳엔 종로중앙금고와 광화문금고 이사장을 뽑는 투표가 진행됐다. 평일 아침인 데다 임시공휴일도 아니었지만 투표소를 방문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를 마친 새마을금고 회원들은 “회원이 직접 이사장을 뽑게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라며 첫 선거에 호평을 내놓았다.

또한 이날 만난 회원들은 “내 돈을 잘 맡아줄 사람을 뽑으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전부터 종로중앙금고를 이용하는 김갑석(74)씨는 “요새 새마을금고 관련 나쁜 뉴스가 많다”며 “올해 안정적인 금고 관리를 도맡을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창신동 주민인 이순자(80)씨는 “내 돈을 안 잃게 금전 관리를 잘할 사람에게 표를 줬다”며 “이사장을 직접 뽑으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투표소에서 회원들이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김태호 기자

특히 이번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를 도맡으며 공정성을 더했다. 선관위가 이사장 선출을 관리하는 금고 수는 1101개. 1101개 금고 중 약 절반인 534개 금고는 회원들이 직접 이사장을 뽑는 직접선거로 이뤄진다. 선관위는 전국에 536개의 투표소를 마련했다.

기존에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대의원 간접선거 혹은 총회로 선출됐다. 금고별 대의원 수는 100~150명가량으로 과거 이사장 후보는 대의원 표심만 사로잡으면 됐다. 이 때문에 회원 전체 의견을 듣는 절차는 무시되고 대의원 접대에만 힘을 쏟아 금권선거라는 비판이 꾸준히 있었다.

정치권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직접선거를 도입했다. 국회는 2021년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고 이사장 직선제와 선관위 위탁 의무 내용을 담았다. 다만 모든 금고의 이사장이 회원 투표로 뽑히는 것은 아니다. 자산 2000억원 이상 금고만 직접선거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절반이 넘는 567개 금고는 기존처럼 대의원 투표 혹은 총회 등으로 이사장을 선출한다.

이날 투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된다. 선관위는 오는 6일 개표 결과를 선관위 홈페이지 등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선인은 이달 21일부터 4년간 이사장 직무를 수행한다. 새로 뽑힌 이사장은 올해 12월 예정된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 투표권을 지닌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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