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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정치개혁 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 참석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정세균, 박병석, 김진표, 정운찬, 김황식, 이낙연, 김부겸, 김종인, 정대철...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이 또 있을까요? 전직 국회의장과 전직 총리 등이 모여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원로들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 정치,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봤을까요?

■ "후진적인 정치" "휴대전화 민주주의" "승자독식"

총리를 지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개헌의 목표는 정치 복원"이라며 "개헌 찬성 여론은 정치를 잘하라는 국민의 요구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24번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9번의 탄핵안을 발의했다"며 "양쪽 다 주어진 권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헌재는 국회 추천 재판관 미임명에 대해 국회 선출권 침해라고 판결했으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전히 임명을 미루고 있고, 헌법 앞에서 정무적 판단을 운운하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국민은 둘로 갈라졌고, 마치 정치적 내전을 치르는 것처럼 분열과 갈등, 폭언, 혐오가 일상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현상들은 정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정치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는데요.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 그냥 전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세균 전 의장은 "모든 것을 헌법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며 "후진적인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문제는 아무것도 합의할 수 없는 '정치의 양극화'"라며 "정책이나 이념, 진보냐 보수냐도 아니고 오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양대 정당이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한국 정치는 '휴대전화 민주주의'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전 의장은 "국민들이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걸 휴대전화로 한다"며 "알고리즘 때문에 보고 싶은 뉴스만 보니까 확증 편향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것이 소위 진영 논리를 강화하고 부추기고, 팬덤 정치 현상이 생긴다"며 "여기에 계엄과 탄핵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비극의 원인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표 전 의장은 승자독식 구조의 한국 선거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사표 비율'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 우리나라에서 소선거구제는 큰 문제다,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도 승자독식 체제에서 문제를 찾았습니다.

박 전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 소선거구제 등 단 한 표만 가져가도 전부 가져가는 이런 승자독식 체제가 적대적 양당제를 만들었다"며 "한국 정치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도 "정치가 제 몫을 하려면 정당이 제구실해야 한다"며 "그런데 한국 정치는 네 편, 내 편 편 가르기 하는 두 개의 정치그룹만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치 경력 없이도 대통령…개헌 안 하고 계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경력 없이도 대통령이 되는 게 우리나라"라며 "그래서 오늘 같은 사태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여소야대를 어떻게 이끌까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없어 2년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현행 제도 아래에)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으니 개헌하자고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계엄을 했다, 민주주의의 격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라고도 말했습니다.


■ "대통령 권한 너무 막강"…책임총리제·의원내각제 제안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현재 대통령제는 1987년에 시작했다"며 "사실은 그때 헌법이 대통령 권한 행사라는 점에서 비교해 보면,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대통령 간선제, 두 개만 없앴지 나머지 모든 권한은 유신헌법 때와 거의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개헌을 통해 대화와 타협하는 제도, 협치하는 제도와 수단들이 만들어져, 토론하지 않고서는 국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총리제를 제안했습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1987년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모두 행복하지 않았다"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국회와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총리를 전제로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복수 추천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도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서 문제가 생긴다"며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게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방향이)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가는 거 같은데 좋은 방안이 아니다"라며 "흔히 총리가 내치, 대통령이 외치하는데, 현대 국가는 내치와 외치가 잘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의원내각제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으로 생각된다"며 "정치는 솔직히 직업인데, 아무리 훌륭해도 정치적 경험, 경륜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대통령이 되고 하면 정치는 불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지금이 개헌 적기라고 보는 이유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권력의 공백'을 이유로 지금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의장은 "대통령이 있는 한, 대통령이 반대하는 한 개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임기 초기에는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반대하고, 임기 후반에는 차기 유력 주자가 반대해서 개헌에 성공을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권력 공백기가 좋은 호기"라며 "국민적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도 "그동안 왜 (개헌을) 못했냐, '권력 잡을 때 한다더니'라는 말이 있는데, 대통령이 되면 미뤄 왔다"며 "무책임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서 지금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민주당 이재명 대표 겨냥 목소리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모두 개헌을 공약하고 대통령이 되면 안 했다"며 "(만약 조기 대선이 열려) 대통령이 누가 되든, 다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개헌 논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의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이고 나머지는 하자고 한다"며 "그분을 위해서도 개헌을 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지금 개헌을 할 수 있는 건 민주당의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개헌을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탄핵이 어떻게 결정이 날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대국민 약속으로 개헌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조기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를 중심으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이재명 대표에 대응하는 '개헌 연대'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국민의힘도 주호영 의원 중심으로 개헌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자체 개헌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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