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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홍준표 대구시장 측근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아 변제를 재촉받자 “홍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걸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돈을 빌려준 홍 시장 측근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씨 측에 홍 시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차명으로 대납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명씨가 당시 홍 시장 관련 여론조사가 위법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창원지검은 지난해 말 ‘명태균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명씨가 2022년 12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 부소장인 강혜경씨와 통화한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당시 강씨가 “(홍 시장 측근인) 박재기씨가 (김태열 미한연) 소장에게 ‘돈을 갚으라’고 자꾸 독촉한다”고 말하자 명씨는 “그전에도 내가 (내년) 3~4월 되면 준다고 OO(홍 시장 아들 친구 최모씨)한테 ‘그만 좀 하라’고 (했다)”며 “‘홍준표 선거법 위반 고발한다고 OO한테 이야기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 “(그러니) 박재기한테 주둥이 좀 닥치고 3~4월까지 있으라고 (하라)”고 말했다.

미한연 소장이었던 김태열씨에 따르면, 그해 4월4일 김씨는 명씨의 지시를 받아 미한연 운영비 명목으로 박씨에게 5000만원을 빌렸다. 명씨가 “급히 받을 돈이 있다”며 대구에 있는 홍 시장 선거사무소에 가서 박씨를 만나라고 했고,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박씨가 지인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표로 받아 김씨에게 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명씨가 이전에도 박씨에게서 5000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들어 알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명씨 측은 김씨가 명씨와 무관하게 박씨로부터 1억원을 빌렸고, 박씨가 김씨를 계속 재촉하자 이후 명씨가 1000만원을 대신 갚아줬고 4000만원은 박씨가 친분이 깊던 명씨를 봐서 변제한 것으로 처리를 해줬다고 주장한다.

박씨는 홍 시장과 같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2014년 홍 시장이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뒤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냈다. 박씨는 명씨 측에 돈을 빌려줬을 무렵 대구시장 여론조사를 명씨에게 의뢰하고, 그 비용을 홍 시장 캠프 관계자 등 이름으로 이체했다. 박씨로부터 여론조사 비용으로 명씨 측에 건너간 돈은 2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명씨가 강씨와의 통화에서 언급한 최씨는 홍 시장 아들의 친구로, 2022년 홍 시장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최씨도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때 명씨 측에 여론조사를 수차례 맡기고, 그 비용으로 총 4600만원가량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씨는 대선 경선 때는 57만명 규모의 국민의힘 전체 당원 명부를, 대구시장 선거 때는 대구지역 당원 약 4만4000명 명부를 명씨 측에 건네며 당원 대상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홍 시장 측은 박씨와 최씨가 의뢰한 여론조사가 “캠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박씨로부터 채무 변제 독촉을 받던 명씨가 “홍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명씨가 홍 시장 관련 여론조사에 불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으로 보인다. 당원 명부를 활용한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 결과를 악용해 선거운동을 벌일 수 있어 불법 소지가 짙다.

홍 시장 측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당시 여론조사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확인된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김영선 의원이 ‘(명씨 측이) 빚을 상환하는 것을 연기할 수 있게 박재기 사장을 만나 도와주라’고 했다”며 “박재기를 만나 부탁해 두 달 정도 상환 기간을 연기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론조사 비용) 대납이 아니고 우리가 시킨 일도 없고 그건 내 지지자가 자기 돈으로 한 것”이라며 “그런데 명씨 일당은 그 친분을 이용해 그 사람으로부터 1억원을 차용 사기 한 일도 있어 곧 반환청구 소송을 한다고 한다”고 썼다.

검찰은 오는 5일과 6일 창원지검에서 강씨와 김씨를 각각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홍 시장 관련 의혹뿐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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