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28명 민심 들어봤더니]
'尹당선' 일등공신 2030男이탈 조짐
"탄핵 안 하면 나쁜 선례로 남을 것"
'李지지자'도 "보복정치 말아야" 일침
"대화 협상, 소통하는 지도자 나와야"
'尹당선' 일등공신 2030男이탈 조짐
"탄핵 안 하면 나쁜 선례로 남을 것"
'李지지자'도 "보복정치 말아야" 일침
"대화 협상, 소통하는 지도자 나와야"
지난달 21일 서울 고려대에서 '윤석열 퇴진 긴급 고려대 행동을 준비하는 모임' 소속 학생 및 동문들이 교문 밖에서 집회 중인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고대인들' 소속 회원들과 교문을 사이에 두고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지했지만 계엄 때문에 실망했다. 그래도 이재명은 못 찍겠다.” (22세 오윤수씨)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간 여당 의원들은 중도층 선택을 받을 생각이 있는 건가.” (26세 이정환씨)
“처음엔 계엄이 부당하다 생각했는데 야당의 ‘내로남불’을 보며 이해하게 됐다.”(23세 박재현씨)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2030세대 민심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응원봉을 드는 새로운 시위 문화로 여론을 주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에 앞장섰다는 평가부터, 미래세대를 도외시한 야당에 실망해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서며 급격히 보수화됐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대학 캠퍼스는 격화된 탄핵 찬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리무중인 2030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2월 25∼27일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탄핵에 찬성하는 18~29세는 71%
(전체 59%)로 40대(73%) 다음으로 높았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현재 유력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뽑겠다는 응답은 22%
(전체 35%)에 그쳤다. 반면 '의견 유보'는 55%로 가장 많았다
. 30대도 46%나 됐다. 2030 표심의 상당수가 관망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지 정당도 찾지 못했다. 1
8~29세와 30대 무당층 비율은 각각 44%, 33%로
40, 50대(각 12%), 60, 70대 이상(각 9%)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에 한국일보는 2030의 속내를 듣기 위해 지난달 20, 21일 탄핵 찬반 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된 고려대를 비롯한
현장의 대면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로 28명을 만났다
. △2022년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지(투표 안 함 포함) △계엄에 대한 평가 △탄핵 찬반 △지지 정당 △대한민국을 이끌 바람직한 지도자상에 대해 묻고 현재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무엇이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이들은 탄핵 찬반 여부,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차기 지도자의 자질로 '소통 능력'과 '통합 행보'를 꼽았다.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이유도 결국 소통 부재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때문이었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尹 당선' 일등공신 2030 남성들, 與 이탈 조짐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022년 3월 8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준석 당대표와 함께 서울 건대입구를 찾아 시민들에게 거리인사를 건네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3년 전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던 2030 가운데 상당수는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계엄 그 자체가 반헌법적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생 오윤수(22)씨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했지만
계엄을 겪으며 굉장히 많이 실망했고 혼란스러웠고 우울했다
"며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마저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않고 국민의 자유, 삼권분립 원칙을 침탈한 계엄을 옹호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고 말했다.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도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가 없기에 탄핵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이병민(26)씨는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사태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지난 2년 6개월간 보여준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면 탄핵 기각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아무 기대가 없다
. 국정운영을 잘 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20·30대 남성 상당수가 이탈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보수 성향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대학생 박재준(26)씨는 "민주당의 폭거, 줄탄핵으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점엔 공감하지만
그 방식이 꼭 군을 동원한 계엄을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며 "탄핵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기에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다만 이들은 유력시되는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할지 여부를 두고선 의견이 갈렸다. 오씨는 "이재명이 대선에 나오면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면서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당 후보가 되면 아예 투표를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뽑을 후보가 없어 기권표를 던지는 것도 권리"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이씨는 "민주당의 집권에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부동산 정책 등 경제활성화에 힘쓴다면 뽑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李 뽑았던 2030도 “집권하면 보복정치 절대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5월 인천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6·1 보궐선거 계양을 지역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 혹은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뽑았다는 11명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이들은 없었다.
이들은 또 "윤 대통령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을 앞으로 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다음 선거에서 이들을 정치적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이수영(27)씨는 "
윤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 몰린 것과 별개로 계엄을 선택지에 둔 것 자체가 선을 넘었다
. 정치권이 극우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실망스럽다"며 "국민이 가진 확실한 무기인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유빈(22)씨는 국민의힘을 "여성에 등 돌린 정당"
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보다 기득권을 챙기는 모습이 이번 계엄정국에서도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이씨는
"이 대표가 집권하더라도
보복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며 "정적을 제거하는 문화를 끝내고 미래를 바라보는 지도자가 지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국민통합을 저해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말이다. 대학생 한호준(23)씨도 “
포용정치를 하지 않은 결과가 이번 계엄
이라고 생각한다"며 "2030 남성들이 보수화됐다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남녀갈등을 부추긴 결과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핵심은 국민통합이 돼야 한다
"고 지적한 그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다수결 남용은 절대 금물이다. 다수라고 밀어붙이지 말고 소수 의견도 받아들이는 포용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 대표와 민주당을 꾸준히 지지해온 2030들조차도 의회권력과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한 민주당 집권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40·50대와 달리
조건부 지지를 보이는 이 같은 2030의 민심은 민주당이 유념해야 할 대목
이다.文 정부서 시작된 반감이 탄핵 반대까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하는 측 학생들과 반대하는 측 학생들이 교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며 맞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고 그의 복귀를 희망하는 2030들은 "처음엔 계엄이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선거를 믿게 됐고, 부정선거로 170석을 꿰찬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을 인정할 수 없기에 계엄도 불가피하게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박재현(23)씨는 “처음엔 계엄 대신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게 어땠을까 싶었다"면서도 "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보면서 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고 말했다. 2003년생으로 수능을 두 번 봤다는 그는 "입시비리로 대표되는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실망을 많이 했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다"면서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다시 떠오르면서 부정선거도 믿게 됐고 계엄이 불가피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탄핵 찬반 여부에 대해 당장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취업준비생 손모(28)씨는 "계엄이 적법했는지, 탄핵이 필요한지 여부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지켜보고 존중하겠다"면서도 "계엄이 벌어진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이나 이미지에 타격이 많이 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야가 모두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지 의심이 된다"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야당 단독 의결' 기사를 너무 많이 봤는데 다음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 협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일 "
지난 대선에선 2030이 반반씩 나뉘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찍은 만큼 이들의 표심에 주목해야 한다
"면서 "국민의힘 이탈층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마저 이 대표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건 '전 국민 지원금' 같은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정책이나 4050이 주축이 된 노조나 시민사회를 우선 챙기는 민주당 정책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