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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에단 호크.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내 책도 한국 독자의 공감을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 [AP=연합]
연극 ‘헨리 4세’ 리허설을 위해 미국 뉴욕에 막 도착한 서른 두 살의 영화배우 윌리엄 하딩. 한동안 미국을 떠나있던 사이 그의 불륜과 파탄 난 결혼생활이 언론과 소셜미디어(SNS)를 도배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소설 『완전한 구원』(원제 A Bright Ray of Darkness·다산책방·사진)은 10대에 데뷔한 유명 배우 하딩이 사생활 문제로 세간의 비난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저자는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55)다. ‘죽은 시인의 사회’(1989), ‘비포 선라이즈’(1995)를 비롯한 ‘비포’ 3부작, ‘보이후드’(2014) 등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대에 데뷔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1996)과 『웬즈데이』(2002)를 냈고, 자기 계발서 『기사의 편지』(2015) 등을 출간했다.

그의 세번째 장편소설 『완전한 구원』은 톱스타끼리의 결혼과 파경(호크는 배우 우마 서먼과 1998년 결혼해 2003년 헤어졌다) 등 여러 설정들이 자연스레 ‘배우 에단 호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최근 e메일 인터뷰로 만난 그는 “자전적이라기보다는 그동안의 배우 경험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라고 했다. 스스로 삶을 나락으로 몰고 간 한 배우가 연극 무대에 서 자신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연기가 지닌 치유와 변화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Q : 읽다 보면 배우 에단 호크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A :
“이름이 알려진 배우라 좋은 점 하나는 소설을 출판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반면 나쁜 점은 사람들에게 ‘첫인상’을 남길 기회가 이미 영원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자전적인 작품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작품 속 등장인물은 작가 본인이 아닌, 일종의 ‘그림자 자아’처럼 만들어진다.”

Q : 주인공 하딩처럼 이른 나이에 배우를 시작했다. 유명인으로 사는 일이 고통이었나.

A :
“나는 그걸 ‘사치세(luxury tax)’라고 부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재능 있는 사람들과 일할 기회를 얻는 것은 정말 좋지만, 익명성 결핍에서 오는 단점이 몇 가지 있다.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느끼는 강렬한 외로움, 그것이 가장 힘든 점이다.”

Q : 연극을 ‘첫사랑’이라고 할 만큼 연극 무대에 애착이 강하다고 알고 있다. 소설 속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를 택한 이유는.

A :
“내가 탐구하고 싶었던 주제들, 즉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는 아들이나 남성성이라는 주제와 ‘헨리 4세’의 테마가 멋지게 연결되는 것 같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홋스퍼(헨리 4세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하는 배역)를 내면에서부터 탐구해 보고 싶었다.”

Q : 한국엔 당신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 많다. 당신의 소설을 접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
“오래전부터 한국 영화 산업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한국은 정말 굉장한 곳 같다. 영화제에 참석하거나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에 가는 상상을 늘 하고, 곧 현실이 되면 좋겠다. 나의 책도 한국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다양한 사회·정치 상황에서 예술 작품이 어떻게 해석될지 미리 알아내기란 항상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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