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축구선수 황의조 씨와 피해자 A 씨.

"불법촬영 사건에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있는 기괴한 판결이었습니다."

축구선수 황의조 씨의 불법촬영 혐의 1심 판결에 대한 피해 여성의 한 마디 절규였습니다.

황 씨는 지난달 14일, 불법촬영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법원에 요청한 징역 4년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KBS는 황 씨의 1심 판결문을 기반으로 불법촬영 피해자 A 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했습니다.

■"가해자가 한순간에 피해자로 되어버린 상황"

피해자 A 씨는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 씨가 피해자처럼 거론돼 당황스럽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판사 이용제)은 지난달 14일, 황 씨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고인(황 씨)은 자신도 다른 범행의 피해자"면서 "제3자(황의조 씨의 형수)가 저지른 다른 범행으로 초래된 피해 상황에 대하여까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황 씨도 황 씨 형수가 저지른 불법촬영 영상 유포의 피해자라고 언급한 겁니다.

A 씨는 형수 유포 사건과 황 씨 불법촬영 사건은 별개인데, 형수의 유포 사건이 왜 황 씨 선고에 유리하게 적용됐는지 황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받은 피해자 A 씨 이메일.

피해자 A 씨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황의조입니다. 불법촬영이 없었다면 유포 역시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불법촬영 가해자가 한순간에 피해자가 되어버린 이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형수 사건 따로, 불법 촬영 사건 따로 봐야 하는데, 불법촬영 여부를 따지는 판결문에 왜 갑자기 유포 피해 이야기가 나오는지 정말 황당합니다."

[연관 기사] [단독] ‘황의조 불법촬영’ 피해 여성 “2차 피해로 고통”…이메일 인터뷰 (2025. 03.03. 'KBS 뉴스 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90328

■"돈 뜯어먹으려는 꽃뱀처럼, 마녀사냥"…'2차 피해' 괴로움 호소

A 씨는 불법촬영과 유포 피해도 상당했지만, 이후 황 씨 측에 의한, 이른바 '2차 피해'가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2023년 11월, 황 씨 측은 A 씨의 직업과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 동의를 받고 촬영했고, 해당 촬영물을 A 씨와 같이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황 씨 측은 보도자료에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이전 대화 내용들도 공개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 '피해 여성 측에서 익명성에 숨어 황 씨와 가족들을 맹비난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불법촬영'이 사실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이후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면서 2차 피해를 입었지만 황 씨로부터 이에 대한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2차 피해’ 관련 피해자 A 씨 답변 내용. (그래픽 : 권세라)

피해자 A 씨
"(황 씨 측은) '수년간 했던 카톡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협박을, 언론을 통해서 했습니다."
"'같이 촬영해 보자'라는 이야기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고,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마치 피해자를 돈 뜯어먹으려는 꽃뱀처럼 프레임 씌우고, 마녀사냥했습니다."

A 씨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재판 전부터 A 씨가 겪은 여러 '2차 피해'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A 씨가 황 씨로부터 ▲합의 시도 괴롭힘 ▲신상 정보 노출 ▲'합의 촬영' 내용 반박 등의 2차 피해를 겪었다는 겁니다.

불법촬영 영상이 유포된 후, 황 씨는 A 씨에게 유포자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거듭 요구했습니다. A 씨가 응하지 않자, 황 씨는 자신의 친형(형수 남편)에게 연락처를 건네 친형이 A 씨에게 연락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황 씨 측은 '불법촬영이 아니고 피해자가 동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무엇보다 A 씨의 신상과 직업을 짐작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보도자료에서 언급했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A 씨 대리인)
"피해자 신상 정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고, 여과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습니다. 그날 밤 피해자는 울면서 전화와, 극단적 선택을 이야기했습니다."
"황 씨 형이 피해자에게 전화와 문자를 했습니다. 피해자는 공포스러웠다고 말하더라고요."

■"'직접 나와 발언하라' 들어…안타까운 현실에 좌절"

지난해 황 씨 형수 사건 법정에서 불법촬영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생돼 답답하고 화가 났다고 털어놨던 A 씨.

[연관 기사] [단독] “판결문에 저는 없네요”…‘황의조 영상’ 유포 피해자의 편지 (2024. 03. 18. 'KBS 뉴스 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16724

황 씨 사건을 다루는 법원의 재판 과정을 보면서 더욱 좌절했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측에 "진술하고 싶으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A 씨
"1심에서는 판사로부터 '직접 나와 발언하라'는 제안도 전달받았습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신상 노출인데, 기자들과 법원 직원들 사이에 본인 모습을 당당하게 노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너무나도 결여돼 있구나! 안타까운 현실에 좌절 또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은의 변호사도 법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 등에 대해 말하려는 기회가 제지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A 씨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 (피해자 A 씨 대리인)
"통상 마지막 기일에는 피해자 측에서 발언합니다. 처음에 발언권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합니다. 간신히 얻은 발언권 시간은 1분이었습니다."
"재판장께서 1분 안에 발언하라고 했지만, 몇 마디 하지 않아서 제지당했습니다. 이유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황의조 씨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황 씨 측 "2차 피해 무혐의 처분받아"

이에 대해 황 씨 측 법률대리인은 취재진에게 A 씨에 대한 2차 피해에 대해선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무혐의 이후 A 씨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1심 선고 직후 황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617 네이버, 5월부터 뉴스 좌표찍기 발견하면 언론사 통보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6 ‘백기’ 들고 납작 엎드린 젤린스키···“광물협정 언제든 서명 준비”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5 민주, ‘상속세 18억까지 면제’ 법안 패스트트랙 검토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4 신상 털린 사이버레커 뻑가, BJ과즙세연 변호사에 경고장 왜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3 전기 픽업으로 돌아온 ‘무쏘’…보조금 받으면 3000만원대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2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66년만 은퇴 시사 "내달 공연이 마지막"(종합)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1 이철규 이어 장제원도 ‘수난시대’…정권 말 ‘윤핵관’의 초라한 말로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10 이재명, 10년 만에 한경협(전경련) 만났다···친기업 행보 가속화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9 홈플러스 “인수 차입금은 4.3조원 아닌 2.7조원”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8 “韓 관세, 미국 4배”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 “사실 아냐” 반박 나섰다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7 “관세 4배 부과 사실과 달라”… 정부, 트럼프 발언 정면 반박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6 “대화·타협의 정치구조 만들어야… 통합의 리더십 필요한 때”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5 “한국 인구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 것”… OECD 경고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4 선관위 이제서야…특혜채용 고위직 자녀 10명 직무배제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3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배당금으로 약 18억원 수령···주가 급락에 지분가치는 42% ‘증발’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2 간병중 아내 살해한 부자 한강 뛰어들었다 구조…"생활고 때문"(종합)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1 "트럼프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건강 이상설' 불러온 결정적 장면 new 랭크뉴스 2025.03.05
44600 국정원 “파병 북한군, 러시아로부터 드론 전술 전수 받는 정황” new 랭크뉴스 2025.03.05
44599 간병하던 아내 살해 후 한강 뛰어든 부자…“생활고 때문에” new 랭크뉴스 2025.03.05
44598 野 "계엄 직후 대검·방첩사·국정원 통화"…검찰 "사적연락"(종합) new 랭크뉴스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