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1월 23일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라며 성장론을 앞세운 지 4일로 40일이 됐다. 당시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했다.
이후 이 대표는 ▶반도체법 주 52시간제 예외 ▶상속세·소득세 완화 ▶한·미동맹 강화 등 기존 민주당 정체성과 다른 ‘우클릭’ 행보를 펼쳤다. 본인 스스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와 국민의힘 반대 등에 막혀 실질적인 성과물은 미약하다는 평가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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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강경파에 삐끗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 대표가 먼저 건드린 건 진보 진영의 금기(禁忌)와도 같았던 ‘주 52시간제’였다. 그는 지난달 3일 반도체법 토론회를 주재하며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계 출신 의원의 거센 반발이 쏟아지고, 당의 우군(友軍)인 양대 노총이 “윤석열 대통령의 주 69시간과 뭐가 다르냐”고 항의하자, 주 52시간제 예외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해 이 대표는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진성준 의원이 이끄는 당 정책위가 내놓은 추경안엔 ‘민생회복 소비쿠폰’ 13조원이 그대로 담기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한·미동맹과 관련해 지난달 14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취하는 것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간첩 수사의 근거를 담은 형법(간첩죄) 개정안은 정청래 위원장이 이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오르지 못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원전업계 숙원으로 불리던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이 대표가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하면서 급속도로 협상이 이뤄져 지난달 27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국가기간전력망법과 해상풍력특별법도 같은 날 함께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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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與 반대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회의가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성룡 기자.
그나마 올린 법안은 여당의 거부로 진척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연금개혁이다. 이 대표는 소득대체율을 당초 민주당이 주장하던 50%에서 45%를 거쳐 44%까지 낮췄다. 노동계에서 반발이 심한 ‘자동 조정 장치’도 일부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소득대체율 43%대를 고수하면서 타협에는 실패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야당이 주장해도 결과물을 만드는 건 여당의 몫인데, 여당이 ‘이재명의 정책은 절대 반대’만 외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상속세는 공제 한도를 10억원에서 18억원까지 올렸으나 국민의힘이 “최고세율 인하(50%→40%)와 대주주 할증 폐지가 상속세 개편의 핵심”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8년 전 일괄공제 기준이 지금까지 적용되니 (서민들이) 상속세를 내려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비(非)인도적”이라면서 “(여당 말대로) 최고세율을 낮추면 서민들이 득을 보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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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반(反)기업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 와중에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안은 “진짜 우클릭한 게 맞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지금 국장(국내 주식)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모멸적인 비유까지 있다”며 상법 개정안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축소한 ‘노랑봉투법’을 민주당이 재발의한 것도 재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겉으론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실질적인 내용에서 기존 민주당 정책과 차별화가 없다면, 단순한 선거용 기술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