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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증액 걸림돌' 재정준칙 적용 유예…'무기 저금리 대출' 제공
보조금 없는 전액 대출은 한계…'유럽산 무기 우선' 명시할 듯


국방 자금조달 동원 계획 발표하는 EU 집행위원장
(브뤼셀 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재무장 계획'으로 명명된 국방 부문 자금 동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3.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촉진하기 위해 최소 8천억 유로(약 1천229조원)에 달하는 자금 동원 계획을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명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행정부 격인 집행위는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국방 부문에 대한 공공자금을 적극 동원할 수 있도록 EU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하는 국가별 예외조항(national escape clause)을 발동하자고 제안했다.

재정준칙에 따라 회원국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초과 시 EU 차원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지만 국방 부문에 대해선 이를 면해준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현 집행부 남은 임기인 4년간 연간 재정적자 비율을 기존 GDP의 3%에 더해 최대 1.5% 포인트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회원국들이 평균적으로 국방비를 GDP의 1.5% 인상한다는 가정하에, 4년간 EU 전체적으로 6천500억 유로(약 998조원) 상당의 국방비가 추가 확보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EU에 따르면 전체 27개 회원국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23개국의 국방비 평균은 GDP 1.99% 수준이다. 1.5% 포인트 증액되면 산술적으로 평균 약 3.5%까지 높아진다.

이는 오는 6월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지출 목표치가 현행 GDP 2%에서 3% 이상으로 상향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EU 재정준칙에 발목이 잡혀 회원국들이 국방비 증액을 주저하고,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셈이다.

EU 공동예산을 직접 활용하는 방안도 공개됐다.

집행위는 EU 예산 여유분 1천500억 유로(약 230조원)를 담보로 회원국들에 방공체계·미사일·드론 등 각종 무기 공동조달을 위한 저금리 대출금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회원국 2∼3곳이 구체적 계획을 내면, EU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연재해 및 예외적 상황 시 신속한 금융 지원을 허용하는 'EU 기능에 관한 조약'(TFEU) 122조에 근거한 조처로, 코로나19 팬데믹 및 에너지 위기 당시에도 유사한 대출이 제공됐다.

EU는 공동예산을 담보로 하는 만큼 '유럽산 우선'을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

EU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의 구체적 비율 등은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공동조달을 통해 EU 내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그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대출금을 활용해 회원국이 사들인 무기는 우크라이나에도 지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EU 다년간 예산에 할당된 '결속 정책'(Cohesion Policy) 관련 예산의 국방 부문 활용도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7년 단위로 공동 예산안을 짜는 EU는 공동체 차원의 다양한 문제해결 방안 등 결속 정책 명목으로 회원국에 각종 기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1∼2027년 예산안 기준 3분의 1가량이 배정돼 있다. EU 예산 중 비중이 가장 크다.

특히 기존에는 EU 기금 사용 시 대기업 지원 제한, 다른 용도 이전 금지 등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하지만 국방 부문에 한해서는 완화된 규정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집행위는 오는 6일 특별정상회의에서 원칙적 합의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적인 결정은 이달 말 정례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크다.

집행위 당국자는 "제안된 계획은 만장일치 찬성이 아닌 가중다수결(EU 전체 인구 65%·15개국 이상 찬성) 표결만 거치면 되므로 신속한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나토를 통해 유럽에 제공했던 '안보 우산'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 파행 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중단한 직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계획이 보조금 지원 형태가 아닌 사실상 전액 대출 제공 방식인 데다 개별 회원국의 증액 의지가 뒷받침돼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로 지적된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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