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지적에 정부 “아직 일러”
한국 경제가 올해 첫 달부터 생산·소비·투자가 전월 대비 모두 축소되는 ‘트리플 감소’ 악재를 맞닥뜨렸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투하되기도 전에 생산과 투자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 카드마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5년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2020년=100)로 전월보다 2.7% 감소했다. 코로나19 경계감이 커지던 2020년 2월(-2.9%)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은 2.3% 줄었는데, 제조업 안에서도 반도체 조립 등 기계장비, OLED 등 전자부품 생산 감소 영향이 컸다.
설비투자와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각각 14.2%, 0.6% 줄었다. 이 중 설비투자 감소 폭은 2020년 10월(-16.7%)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수출 등 지표 전반에 녹아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설업도 악화일로다. 지난 1월 건설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불변)은 1년 전보다 27.3% 줄어 1998년 10월 이후 26년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건축(-4.1%) 토목(-5.2%) 건설기성(불변)이 모두 전월 대비 실적이 줄면서 전년 대비 감소 폭을 키웠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설 연휴를 앞두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소비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보합세를 보여 내수 촉진책이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숙박·음식업(1.4%), 예술·스포츠·여가(0.9%) 등 대면 업종 소매판매가 소폭 증가하는 등 부문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설비투자 선행지표 격인 국내 기계 수주가 1년 전보다 38.1%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아직 경기 침체 진단은 이르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트리플 감소가 일어났다는 건 한국 경제가 이미 경기 둔화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출까지 감소하고 있어 정부가 정치적 불확실성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와의 빠른 협상으로 대외적 불확실성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