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 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뉴시스]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 급성장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공세에 밀려 실적 부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 10년간 재무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4일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낮아져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단기 유동성이 악화해 납품 대금 지급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현재 공동대표(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된다. 이 부담이 줄면 매월 1000억원의 잉여현금이 유입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 채무는 전액 변제되고 모든 거래도 정상적으로 지급 결제가 이뤄진다”며 “임직원 급여도 문제없이 정상 지급되고 영업도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삼성홈플러스’로 시작한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2014년 테스코 분식회계 논란이 일면서 매물로 나왔고 2015년 MBK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과 함께 컨소시엄 이뤄 매입했다. 인수대금은 7조2000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도 인수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홈플러스 실적은 하락세다. 2014년 7조원이 넘었던 매출은 줄곧 6조원대에 머물러 있으며, 2016년 309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코로나19가 유행이던 2021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3년 연속 연평균 2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142개였던 매장은 현재 126개로 감소했다. 매각을 줄곧 추진해왔지만 인수 후보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유통 트렌드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2.4%에서 지난해 50.6%로 늘었다. 대형마트 비중은 이 기간 23.8%에서 13.5%로 줄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점포 매각으로 생긴 자금이 온라인이나 시설에 재투자되지 않고 인수 자금 상환으로 쓰이면서 도약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6조원이 넘지만, 잔여 계약 기간 임대료 등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2조원 정도다. 현재 홈플러스가 보유한 56개 점포의 부동산 감정평가액(4조7000억)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유로 이익 창출력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꼽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금융권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는 1조4461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