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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충격에, 미국 증시 급락
증권가 “장기 조정 가능성은 낮아”
韓증시에 대해서는 “별도로 움직일 것”

종잡을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발언이 협상용에 그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면서 미국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그동안 불패 신화를 써오던 미국 증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 아니냐는 서학개미들의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미국 증시의 하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뉴스1

3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9.67포인트(1.48%) 급락한 4만3191.2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4.78포인트(1.76%) 떨어진 5849.72, 나스닥종합지수는 497.09포인트(2.64%) 급락한 1만8350.19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9%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발표한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부터는 상호관세도 그대로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서학개미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도 큰 타격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이날 8.69% 급락하며 ‘매그니피센트7′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급락으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아마존도 3% 넘게 떨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테슬라, 애플은 2% 안팎으로 하락했다.

미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에 익숙했던 서학개미들은 초조한 상황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인 조정장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현재 조정장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지 않을까 예상 중”이라며 트레이딩바이(Trading Buy, 단기매수) 타이밍으로 봤다.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투자전략 본부장 또한 미국 증시에 대해 “단기 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으로 나타났는데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트럼프 정권에서의 관세 정책, 고용 문제, 소비의 축소로 연결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마냥 미국 증시에 대해 안 좋게 보기에는 개인들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소득은 증가 중인 데다 실업률이 안정적”이라며 “실질적으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 분기 실적 시즌에 미국 기업들의 평균적인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며 “이익 전망치도 아직까지는 계속해서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증시가 흔들리는 이유로는 트럼프발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연구원은 “현재 미국 주가가 빠진 이유는 거시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차익 실현 과정이 진행되는 것 아닌가 보여지고 있다”며 “화두는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시작으로 4월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어떤 관세 정책을 펼칠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 관세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여부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주가가 등락을 더 반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S&P500 지수가 약 20%, 나스닥지수가 30% 넘게 하락한 지난 2022년과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 유 본부장은 “2022년 금리를 올리는 사이클이었지만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도 “2022년 조정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진행된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인해 자산시장의 버블이 있었다”라며 “그것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던 시기라 2022년 낙폭이 더 두드러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로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보다는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때와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증시에 대한 대응책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이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에 투자해도 되지만, 전고점 수준이 오면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며 “지금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들은 기다렸다가 정리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이번 조정은 단기 조정이고 투자 기회”라며 “미국은 장기 투자가 맞다 좋은 종목은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연초부터 양호한 성적을 낸 한국 증시는 어떨까. 우선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만큼 향후로도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증시는 이날도 뉴욕 증시의 부진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관세 전쟁 우려에도 낙폭이 제한되면서 전장 대비 3.86포인트(0.15%) 내린 2528.92로 약보합 마감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대해 “차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동안 부진했던 흐름에서 정상화되는 과정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지금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0.84배 정도밖에 안 된다. 수출 부진이나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 등이 지금 가격에 모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 증시에서는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현재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인덱스 자체가 역사적 저점에 있다고도 봤다.

다만 한국 역시 여전히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태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기에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미국 증시에서 한국 증시로 넘어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3월 중순 이후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선고될 수 있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 요소가 남아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종잡을 수 없는 것 또한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서 연구원은 “연초부터 비미국 증시가 선전한 이유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서 미리 가격에 선반영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단히 공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는구나 하는 기대에 비미국 증시에서 반등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전면적인 관세 전쟁이 발발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우리가 바라는 대로 미국과의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회복세를 나타낼 수도 있어 조건부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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