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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립예술단체의 효율적 통합 운영방안 마련 연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체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국립예술단체 통합에 대해 2011년 진행한 연구에서 타당성이 낮다고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통합이 조직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만큼 통합을 추진한다면 시간과 비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 최근 문체부의 졸속 추진이 초래할 위험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문체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1년 하반기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의 위탁을 받아 250페이지 분량의 ‘국립예술단체의 효율적 통합 운영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정책 연구 특성상 2008년 취임한 유인촌 장관이 재임중 추진하던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상반기에 장관이 바뀌면서 보고서만 남았다. 이 보고서는 연구를 발주한 문체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통합의 타당성을 찾으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통합의 어려움과 예상되는 문제점이 부각됐다.

보고서는 크게 2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은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국립현대무용단 통합 운영 방안이고, 2장은 국립극단 및 명동예술극장 통합 운영 방안이다. 이 가운데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은 보고서가 나오고 4년 뒤인 2015년 통합이 이뤄졌다. 보고서는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경우 한국 연극 역사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두 조직이 각각 독립법인화와 개관이 얼마 안 돼 통합되더라도 갈등 조정 문제나 관료적 비용이 크게 들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은 연극계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된 데다 명동예술극장이 정동극장과 함께 재단법인으로 묶인 불합리함 때문에 논란 없이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1년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의 위탁을 받아 내놓은 ‘국립예술단체의 효율적 통합 운영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


이와 비교해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국립현대무용단의 통합 운영 방안을 다룬 1장은 조직 통합 타당성의 근거를 찾기 위해 해외 사례들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하지만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역할의 유사성, 예술적 지향성 등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사례를 찾지 못했다. 사실 2000년대 잠시 제기됐던 국립예술단체들의 통합 논의도 결국은 극장 없는 통합의 필요성, 장르의 특성으로 인한 입장 차이, 관료제적 비용, 예술의전당 역할 재조정 문제, 독립법인화 취지 등 지금도 똑같이 제기되는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보고서는 문체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통합할 경우 4개 단체를 통합한 독립법인화와 예술의전당 전속단체화의 2가지 방안이 있다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통합에 앞서 정책적 비전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현재 추진하는 통합은 4개 단체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까지 더한 5개 단체를 통합해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독립법인화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이번엔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분원 설립 등 지역 활성화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문체부는 2011년과 2025년의 국립예술단체 상황에 변화가 없다고 본 건지 이번에는 이런 연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보고서도 지적하지만 이런 통합은 해외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형태다. 그런데도, 문체부가 탄핵정국의 혼란 속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는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문체부는 5개의 독립된 재단법인인 국립예술단체를 통합하면서도 마치 통합이 아닌 것처럼 말한다”면서 “이사회를 합치고 통합 사무처를 신설하는 것일 뿐 각 단체의 정체성과 자율성이 유지된다고 말로는 여러 차례 이야기하는데, 5개의 법인이 1개의 법인으로 되는 것이야말로 조직의 변화 가운데 가장 큰 변화 아니냐. 국립예술단체 감독이 3년씩 돌아가며 법인 대표를 맡게 할 방침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1년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의 위탁을 받아 내놓은 ‘국립예술단체의 효율적 통합 운영방안 마련 연구’를 했음을 알 수 있다(계약정보 중 일부는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어서 지웠음).


보고서는 특히 독립법인화에 대해 문체부 입장에서 행정적 관리는 용이해질 수 있지만 리더십 사이의 갈등과 예술적 자율성의 저하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행정적인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단체별 조직관리와 임금체계 등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과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이런 방식의 통합으로는 예술적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장석류 인천대 교수는 “‘국립예술단체의 효율적 통합 운영방안 마련 연구’는 국립예술단체의 통합이 병렬적 통합이라 효율적 시너지가 나기 어렵다는 걸 방증한다. 무엇보다 이 연구의 문제는 통합의 필요와 방식을 국립예술단체 당사자들에게 묻지 않은 것”이라면서 “유감스럽게도 2025년도 2011년과 똑같다. 이것이 문화부에 정착된 일하는 방식과 태도로, 공공 유관 조직과 단체에게 먼저 정책의 수요를 묻지 않는다. 예술단체 스스로 자신의 비전을 갖고 성장하게 조력하는 게 아니라 장기판의 말처럼 대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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