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단축해 자녀 돌봄시간 확대
"모성보호시간 등 기존 것도 다 못 쓰는데"
"동료 업무 증가"… 조직 내 인식 차 여전
근무일 줄어도 생산성 높일 보상책 필요
"모성보호시간 등 기존 것도 다 못 쓰는데"
"동료 업무 증가"… 조직 내 인식 차 여전
근무일 줄어도 생산성 높일 보상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 4일 출근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적용 대상·기준은 달라도 근무일을 줄여 자녀 돌봄시간을 늘리는 게 공통점이다.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여도 '현실의 벽'이 낮지 않다는 것은 문제다. 동료의 업무가 늘거나 조직 내 갈등 소지가 있어 제도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무·재택근무 활성화하는 '주 4일 출근제'
3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북도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이달 중순부터 주 4일 출근제를 도입한다.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본청 공무원 약 300명이 대상이다. 근무 유형은 휴무형과 재택형 두 가지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 4일 출근제를 의무화하면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어 해당 직원이 자율적으로 쓰되 부서장 승인을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7월부터 본청과 시군, 사업소, 공공기관의 2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제를 시행 중이다. 대전시는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 대상 주 4일 출근제를 의무화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임신기 공무원 22명 모두 일주일에 4일만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량 그대로, 인식 차 여전"… 제도 정착 난관도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다. 뉴스1
공무원들은 육아 환경 개선 측면에서 주 4일 출근제 도입을 반기면서도 구성원 간 인식 차가 큰 데다 업무량 양극화가 두드러져 제도 정착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7세 자녀를 둔 충남 지역 30대 공무원 강모씨는 "업무량이 많은 부서면 인력 충원과 업무 조정 없이 주 4일 출근제를 활용하기 어렵다"며 "평일에 하루 쉬더라도 주말에 출근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전북도 공무원은 "과거 임신했을 때 하루에 2시간씩 쓸 수 있는 모성보호시간도 부서장이나 동료 직원 눈치 보느라 마음 편히 못 썼다"며 "육아에 대한 조직 내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 4일 출근제도 허울뿐인 제도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퇴근 시간과 근무일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 등 기존 제도 정착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주 4일 출근제와 무관한 직원에게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광역지자체 사무관(5급) 강모씨는 "부서원의 절반 이상이 주 4일 출근제 대상인데 휴무 일정이 서로 겹쳐 나머지 직원에게 업무가 쏠릴까 봐 걱정"이라며 "휴무일을 조정해 달라고 하면 갑질로 비칠 것 같아 말하기도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업무 대행 직원 위한 보상 뒷받침돼야"
이에 주 4일 출근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대전시는 이달 7일부터 육아로 생긴 공백을 채우는 직무대행 직원에게 초과근무수당 지급 상한을 월 48시간에서 57시간으로 확대한다. 특히 민원 창구 일을 대신하는 직원에게는 업무 대행 시간을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누적해 6개월에 최대 30만 원의 휴양 포인트를 지급할 방침이다. 전국 숙박업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다.
김민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근로자가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주된 이유는 장시간 근로"라며 "근로시간 단축 측면에서 주 4일 출근제 도입은 긍정적이나 야근 방지, 법적 육아시간 사용 확대 등 자녀 돌봄이 가능한 문화가 우선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의 양과 난이도를 체계적으로 측정·평가해 직무대행 직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성과급·직무급제가 수반돼야 전체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