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세계가 경악한 트럼프식 모욕외교
한국도 예외 아냐…관세·주한미군 압박 올 듯
"한국, 카드 없지 않아…기여점 강조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이날 러시아·중국과의 핵무기 통제 협상 재개를 원하며, 궁극적으로 3개국 모두가 막대한 국방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동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


외교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간 가시 돋친 입씨름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에 한국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통상·안보 압박을 곧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국내 통상·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 및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부분에 있어 보다 많은 부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계엄·탄핵 국면인 점과 전략상 미국에도 한국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거래적 구도에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군사·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우크라이나처럼 미국이 모든 지원을 끊어버리는 그림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대미과제로는 관세가 꼽힌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4월 2일 상호 관세(상대국 관세 수준에 맞춰 자국 관세 조정) 부과를 위해 자국 무역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 측 통상당국자 및 연방의회 의원 등을 만나 미국의 관세 조치 계획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관세정책을 펼치려는 고위 관료를 만나는 것이다. 대미무역 흑자 규모 기준 한국의 중요도는 5~6위 정도이기 때문에 당장 미국의 눈에 띌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처럼 관세가 남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인사들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민간 차원에선 고관세로 피해를 보면서도 감세 혜택이 사실상 없는 수입업자나 소비자를 설득하는 작업을 펼치는 등 다층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 대기환경보전법 등에 따른 '비관세 장벽'"이라며 "우리 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설명을 하고, 미국이 원하는 부분을 잘 포장해 조선이나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과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 등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특히 "상호 관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에 있어 전체적인 리밸런싱(재조정)을 하고 있다. 기존 자유무역협정체제에서 만족을 못 하니 이를 조정하기 위한 작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한국은 최대 대미투자국으로서 투자 안전장치와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한반도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 해야"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유엔사, 연합사, 주한미군사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폴 러캐머라 이임 사령관, 제비어 브런슨 신임 사령관이 부대열병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책 '트럼프의 귀환'을 쓴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한 게 없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한반도 방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이 갖도록 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도록 하는 형태로 협상을 하면 한국의 발언권도 강해지고, 트럼프 대통령도 원하는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지표로 부상한 '프로젝트 2025'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 자체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얘기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며 "한국 안보현안의 경우 대표적으로 주한미군 문제가 있을 것인데, 주한미군을 뺀다고 해도 이동을 시켰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크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건 전략자산 이전 등에 대한 한국 비용부담의 증가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치상황을 고려해 별다른 발언을 안 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앞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의 사정을 헤아려줬으니 더 많은 걸 내놔라'라고 나올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975 [속보] 서울회생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 결정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74 장관들 의견 들은 최상목 "통합의 힘 절실"... 마은혁 언급 없었다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73 권성동 "이재명 판결 6월 26일까지 확정돼야" 국회 결의안 제안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72 [속보] 캐나다, 4일부터 30조 원 미국상품에 25% 맞불관세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71 지병 앓던 70대女 숨진 채 발견…같은 날 남편은 저수지서 구조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70 한동훈 "미안하고 고맙다"…전한길 "인간은 누구나 실수"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9 [속보] 이재명, 이재용과 오는 20일 만남…반도체법 논의 예상, 사실상 ‘대선 행보’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8 제주서 렌터카 몰던 외국인, 딱지 떼도 출국하면 끝? [잇슈 키워드]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7 與, 보수층 결집에 중도층 멀어졌나…지지율 하락에 긴장 고조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6 트럼프가 젤렌스키 내쫓자 주가 날았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매수 1위 [주식초고수는 지금]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5 [르포] 신학기 대목 사라졌다…창신동 문구시장 상인들 “월세도 못내”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4 김여정 美항모 비난하자… 국방부 “도발 명분 쌓으려는 궤변”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3 1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코로나19 발발급 충격(종합2보)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2 충남 서천서 30대 남성, 처음 본 여성 살해…“돈 잃고 힘들어 범행”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1 "여보, 우리도 신청해볼까"…'330만 원'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금 뭐길래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60 李, 20일 이재용 만난다… 청년 고용·반도체법 등 논의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59 이재명 “드론 전쟁 시대, 군 첨단화 안 할 건가?”…‘표퓰리즘’ 조선일보 저격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58 “트럼프, 젤렌스키와 설전 뒤 우크라 군사지원 일시 중단”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57 폭설에 여객선 41척·항공기 4편 결항···대설특보, 수도권 확대 전망 new 랭크뉴스 2025.03.04
43956 블룸버그 “트럼프, 우크라이나 평화 의지 입증 때까지 군사 지원 전면중지” new 랭크뉴스 2025.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