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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앞두고 차입금 급격히 늘어나
"펀드 50억 모은 뒤 헌금으로 상환 유도"
현행 정치자금법 차입금 관련 규정 미비
"변제방식 명시한 문서 제출 의무화해야"

편집자주

매주 광화문에서 음모론을 설파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탄핵 정국 이후 극우 정치의 정점에 섰다. 한국일보는 이른바 '애국시민'들의 헌금을 종잣돈 삼아 언론부터 쇼핑·금융·통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전광훈 유니버스'의 실태를 파헤쳤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에서 열린 3·1절 천만혁명을 위한 지역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이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 전후로 37억 원이 넘는 돈을 사랑제일교회에서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통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내역에 따르면 차입금 대부분은 선거에 사용됐다. 사실상 교인들의 헌금으로 총선을 치른 셈이다.

교회로부터 유입된 차입금

그래픽=신동준 기자


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1월부터 4·10 총선 직후인 같은 해 5월까지 자유통일당 차입금은 약 72억 원으로 전체 수입금 총액(약 80억 원)의 89.3%를 차지했다. 이 중 사랑제일교회로부터 빌린 돈은 21억8,700만 원이다. 나머지 50억 원은 '자유통일펀드'에서 충당됐다.

자유통일펀드는 자유통일당이 총선 비용 마련을 위해 만든 펀드다. 연 3.5% 고정금리로 자유통일당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날로부터 3영업일 후인 6월 12일에 참여자 상환 계좌로 원금과 약정 이자가 함께 반환되는 방식이다. 자유통일당은 지난해 4월 3일 모금 시작 하루 만에 목표치(5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127억 원을 모았다. 초과 모금된 금액(77억 원)은 조기 환불했고, 당초 목표치인 50억 원에 대해선 총선 한 달여 뒤인 5월 14일부터 상환 절차를 시작해 모두 돌려줬다.

자유통일당 유튜브 캡처


자유통일펀드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자유통일당이 당시 50억 원 넘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형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총선에서 득표수 미달로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득표율이 15% 이상이거나 비례대표 당선자가 있는 경우 전액 보전, 득표율이 10% 이상에서 15% 미만이면 절반을 보전받는다. 자유통일당은 10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의 평균 득표율이 1.68%에 그쳤고 비례대표로 20명을 출마시켰으나 정당득표율 2.26%를 기록하며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자유통일당은 이후에도 사랑제일교회에서 재차 돈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선관위에 제출된
자유통일당의 2024년도 하반기 회계장부를 보면 사랑제일교회에서 16억 원의 차입금을 추가로
받았다. 이 돈은 대부분 펀드 상환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 목사 측근이었던 교회 내부자는 한국일보에 "
상환금을 갚기 위해 다시 교회 헌금을 모았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
교회 재정을 가지고 (펀드 원리금을) 돌려줘야 한다"며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돌려받은 돈(상환금)을 다시 헌금으로 주시면 감사하겠다
"고 요청했다. 펀드로 생긴 채무를 교회에서 또 빚을 내 채워넣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전 목사 역시 본보 통화에서 "한 달에 헌금이 10억 원씩 들어온다"며 "이자 없이 당에 돈을 빌려 준다"고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처럼 교회와 정당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자금 관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유통일당은 정당이 아니라 사실상 교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장기간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고 받았을 경우 배임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유통일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살펴봐도 사랑제일교회로부터 빌린 원금을 갚거나 이자를 지불한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위법 여부를 단정할 순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에선 차입금 변제나 이자 납부 방식이 따로 규정돼 있지 않아 나중에 한 번에 갚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변제 시기나 이자율이 명시된 차용증을 작성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데, 선관위에 차용증 제출은 차입금 발생 시점에선 의무 사항이 아니라 외부 감시가 쉽지 않다. 한국일보는 교회와 정당 간 자금 흐름과 관련해 사랑제일교회와 자유통일당에 여러 차례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법 개정으로 투명성 강화해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통일당 차입금이 전체 수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최근 5년간 평균 차입금 비율은 55.18%로 국민의힘(29.34%)과 민주당(29.24%)을 크게 웃돈다. 자유통일당의 경우 국고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없어 외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고보조금은 의석수에 비례해 지급된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선거보조금으로 205억 원, 경상보조금으로 203억4,500만 원을 받았는데 자유통일당은 각각 8억8,800만 원과 3,317만 원에 그쳤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해도 자유통일당처럼 특정 단체(교회)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정당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차입금 비중에 제한을 두거나, 변제 기한이나 이자율 명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차입금 상환을 분명히 하려면 기간, 이자율 등 세부 사항을 명시한 차용증 제출이나 관련 기관의 점검을 의무화하는 단서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1>'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1. • 당신이 낸 '애국 헌금'… '전광훈 유니버스' 배 불린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513560004190)
    2. • 전광훈 "한 달에 헌금만 10억… 작년 광화문 집회에 1000억 지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815100005238)
    3. • 전광훈이 모은 '애국시민' 쌈짓돈…자유일보 통해 美 로비업체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718120000068)
    4. • "교회 정관은 헌법"… 금융당국·수사기관도 전광훈 교회에 두 손 들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701300001712)
  2. ② <2>'애국 가스라이팅'과 절대 순종
    1. • 2주간 경험 '전광훈 세계'... "회원 늘려" 실적 압박, "너는 돼지" 가스라이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900030004723)
    2. • "전광훈이 특별히 사랑했던 사람"… 반대파 괴롭힘 앞장 '특임전도사 3인방'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907050005680)
    3. • 경찰 폭행·화염병 투척·불법 선거운동… 법 위에 선 전광훈과 추종자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907060003759)
  3. ③ <3> 광장 동원력, 비주류가 실세로
    1. • '아스팔트 목사' 전광훈, '주사파 척결' 윤석열… 어떻게 한배 탔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014020000122)
    2. • 종교·정치 뒤섞인 선동… "보수 정당·주류 교단, 전광훈과 헤어질 결심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008300003333)
    3. • 전광훈의 자유통일당, 사실상 교회 헌금으로 작년 총선 치렀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817280004632)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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