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안보 위한 ‘의지의 연합’ 발전 합의”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키어 스타머 총리 주최로 열린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및 캐나다 정상. 런던/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파국으로 치달은 뒤 영국에서 만난 유럽의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평화를 위한 유럽의 더 많은 역할을 약속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미국의 꾸준한 지원이란 점을 강조했다.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2일(현지시각) 유럽 정상 19명의 비공식 회의를 주재한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유럽이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유럽은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며 스타머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이후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5000기 이상의 방공 미사일 구매를 위해 16억파운드(약 3조원) 가량의 수출금융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된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스타머 총리가 발표한 ‘의지의 연합’은 우크라이나에 유럽 군대를 파병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유럽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새 계획에 앞장서고 단결해야 할 때”라고 말했지만, 영국, 프랑스와 함께 참여할 다른 국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지상군과 공군기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의) 노력엔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벌인 설전으로 광물협정 체결이 깨진 뒤 유럽의 정상들은 단결된 의지를 보이면서도 미국을 향한 협력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동맹이라고 보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전은 “누구나 보고 싶어한 일이 아니었지만, 미국이 믿을 수 없는 동맹이란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3자 회동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정상회의를 이끈 영국과 프랑스의 향후 역할도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별도 회동도 가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 뒤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머 총리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공중과 해상 및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서” 한 달 가량 지속 가능한 초기 휴전을 제안했다고도 말했다. 또 유럽군 지상 배치는 “몇 주 안에 걸릴 일이 아니”라며 세부 사향 협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지의 연합은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30개국을 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당시 영국은 미군을 돕기 위해 4만5000명을 보낸 최대 파병국이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논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계획에 의지의 연합이란 이름을 붙인 건 22년 전 이라크에서의 유럽의 역할을 미국에 상기시키려는 것일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짚었다. 스타머 총리는 이 연합에 대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이고, (그 수는) 더 많을수록 좋다”며 “우리는 더 빠르고 민첩하게 나아가야 하고, (그런 존재가) 의지의 연합 국가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와 관련해선 많은 나라들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 등은 현재까진 의지의 연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를 잠재적 침략자들이 쳐들어올 수 없는 강철 호저(몸이 가시로 덮여있는 설치류)로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6일 예정된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유럽 재무장” 계획과 함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도널드 터스크 폴란드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등 유럽 국가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이 재개되길 바라는 기대도 남아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비비시(BBC)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길 바란다. 나는 단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전달되길 바랐던 것”이라며 광물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그에 앞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시비에스(CBS)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 “평화 협정 없는 경제 협정은 불가능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의 진행을) 중단한 것”이라고 말한 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