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빌라 화재 피해 12살 어린이 끝내 숨져
유가족 동의 하에 장기이식 절차 진행
“의학 쪽 일하고 싶어했던 아이도 동의할 것”
유가족 동의 하에 장기이식 절차 진행
“의학 쪽 일하고 싶어했던 아이도 동의할 것”
하은양과 반려묘 비누. 하은양의 엄마 신아무개씨 제공
인천시 빌라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문하은(12)양이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하은양 가족은 병원쪽에 문양의 장기를 기증했다.
3일 하은양의 엄마 신아무개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오후 4시40분부터 하은이의 장기를 기증하기 위한 수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은양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43분께 집에서 난 불로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은양은 며칠 전부터 여러차례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날 오전 11시5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신씨는 “아이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진에게서 장기기증 권유를 받고 당연히 (장기를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도 의학 쪽 일을 하고 싶어 한 만큼 지지해줄 것 같다”고 했다. 하은양의 심장과 신장, 간, 췌장은 이식이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수의사를 꿈꿔왔던 하은양은 특히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고양이 두마리를 키웠는데, 이사 뒤에도 고양이와 같이 살고 싶어 하던 하은양의 뜻에 따라 고양이 ‘비누’를 입양했다. 비누는 화재 당시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신씨는 “소방대원에게 물어보니 고양이도 죽었다고 했다. 하늘에서, 사후세계에서 하은이랑 비누가 만나서 재밌게 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신씨는 하은양이 착한 아이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한 착한 아이로 기억해달라”고 했다.
하은양의 주검은 장기기증 수술이 이뤄진 뒤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에서 발견된 휴대용 가스버너에서 부탄가스 폭발이 발생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 중이다. 화재 당시 하은양의 아빠는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고 있었고, 엄마는 홀로 돈을 벌기 위해 인근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다. 방학이라 집에 있던 하은양은 혼자 사고를 당했다. 하은양 가족은 보건복지부로부터 5차례 행복이음 위기가구 사각지대 통보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은양 가족에게 제공된 복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