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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반대'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한 모습. 박 의원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때까지 농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뉴스1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최 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좌파 성향이 뚜렷한 마 후보자가 헌재 탄핵심판에 합류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권의 관측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라고 했더니, 확답 없이 ‘잘 알겠다’라고만 했다”며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최 대행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이자 1985년에 함께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라”며 단식에 나섰다.

여당의 성화에도 최 대행은 침묵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최 대행이 여야 합의 필요성을 들며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이 위헌이라 결정한 뒤 최 대행이 밝힌 입장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결정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것뿐이다. 최 대행은 지난 1일 권한대행 최초로 3·1절 기념사를 했는데, 이때도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통합이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선 가운데 관용과 협치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원론적 메시지만 내놓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최 대행은 이날 전격적으로 국회 추천몫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여권에서 최 대행을 미심쩍어하는 이유는 지난해 12월 31일 최 대행이 국회 추천몫 헌법재판관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중 2명(정계선·조한창)을 전격 임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 대행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일부 경제관료와 야당 성향의 원로 인사와 사전 논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배신감을 느꼈다”는 성토가 여권에선 쏟아졌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최 대행에게 2만여통에 항의성 문자 폭탄을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최 대행 측에선 “당시 경제가 외환위기 수준이었다”며 “헌재 6인 체제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제5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한 총리의 복귀 시점은 마은혁 후보자 임명에 최대 변수로 꼽힌다. 뉴스1

다만 정부 내에선 지난번 헌재 재판관 임명과 같이 최 대행이 전격적인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최 대행은 4일 국무회의 전 간담회를 열어 장·차관들의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최 대행이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했던 국무회의에선 직업 공무원 출신인 ‘늘공’ 장관은 찬성에, 외부 출신인 ‘어공’ 장관이 반대에 서며 강하게 충돌했었다.

지난달 19일 변론이 끝난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이번주에 확정될지도 변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총리 선고 기일이 언제쯤 잡히는지가 결국 최 대행의 선택을 가를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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