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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중국 기업과 고객 정보 공유 가능’
로보락 개인정보 처리 방침 조항 확인
“청소기가 자체 수집하는 영상·오디오
서버 저장 않고 제3자 제공도 안 해”
댄 챔 로보락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이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로보락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중국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로보락 등 중국산 가전제품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인 로보락은 최근 중국에 본사를 둔 사물인터넷(IoT) 기업과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로보락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서 고객 동의 없이 정보를 다른 중국 기업과 공유할 수 있다는 조항이 확인되면서다. 로보락은 “로봇청소기가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영상 데이터, 오디오 데이터 등의 정보는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제3자에게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개인 또는 정부·기업의 민감 정보 유출 위험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잇따라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로보락을 비롯한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의 백도어(외부에서 몰래 접근할 수 있도록 심어둔 통로)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청소구역 식별 용도로 기기에 들어가는 IP캠(인터넷 카메라)을 통한 해킹 사례가 이전부터 논란이 됐다보니 의심을 산 것이다. 로보락은 글로벌 보안 인증을 받고, 데이터를 기기에만 저장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부정적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역시 지난달 중국에서 딥시크와의 협업을 예고해 입길에 올랐다. 딥시크를 적용한 자율주행시스템을 탑재하겠다고 밝히면서, 차량이 개인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딥시크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한 배경에는 중국의 데이터보안법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제정된 이 법은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 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기업이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딥시크의 경우 한국에서 수집된 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를 키웠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딥시크가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국내 이용자 데이터를 전송한 사실을 파악하고,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다운로드를 막은 상태다. 우려가 제기된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처리 방침 등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로봇이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딥시크에 접속하는 모습을 표현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최근의 ‘딥시크 포비아’ 이전에는 틱톡, 더 거슬러 올라가면 화웨이가 있었다.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이 사용자 정보를 중국으로 전송했고, 바이트댄스는 중국 공산당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화웨이 통신장비는 중국 정부의 첩보 활동에 이용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글로벌 이슈로 커지기도 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로보락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나름의 준비를 한 것으로는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사람의 신뢰는 주관의 영역이고, 프라이버시는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미 떨어진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의 요구 수준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규정을 준수하려는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염 교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크거나 영향을 많이 미치는 제품·서비스에 대해 사전 영향평가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제도 실효성 강화를 골자로 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해외 기업의 책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에 주소나 영업장이 없는 해외 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당국의 사실 관계 확인 요청에도 늑장 답변으로 대응하는 등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개정안은)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 법인을 둔 경우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고, 본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반영했다”며 “해외 기업에 대한 집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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