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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육 올해도 파행]
40개 의대 중 10곳 수강신청 전무
복학 신청 휴학생도 전체 8.2% 불과
선배 압박 못이긴 25도 휴학투쟁 동참
인제·충북 학생 90% 수업거부 찬성
“유급 불이익·등록금 어떡해” 아우성도
가톨릭대·고신대 등은 개강 연기 결정
[서울경제]

“일단은 1학점만 수강 신청하면 제적 면할 수 있을까요?” “25학번 군 입대 내년은 너무 늦을까요?”

2025학년도 1학기 개강을 하루 앞둔 3일, 연세대 의과대학 커뮤니티 등에서는 25학번 신입생들의 혼란스러운 심경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들의 수강 신청 시작일은 지난달 25일. 그 직전까지도 수업 거부를 독려해온 의대 학생회는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았다. 이에 앞서 학교 측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열어 ‘25가 수업을 듣는 게 24를 돕는 일’이라며 학생회와 정반대 주장을 한 것도 불안을 한층 가중시켰다. 한 신입생은 “학교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은데 학생회에서도 뚜렷한 공지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출구 없는 의정 갈등이 결국 올해도 의대 교육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좀처럼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으면서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단 휴학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정부의 원칙 대응 방침에 고민에 빠졌던 25학번 신입생들까지 선배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휴학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충남대·전북대 본과생 1~4학년 중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전남대·강원대는 본과생 6명, 제주대는 8명만이 수업을 신청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수강 신청 인원은 총 4219명에 그쳤다. 이 중 10곳에서는 25학번 의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모든 학년에서 단 1명도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학 신청자 규모도 1495명으로 집계돼 전체 의과대학 휴학생 1만 8343명의 8.2% 수준에 불과했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성대 의대의 경우 제적 위기 등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2~3명을 제외하면 학생들이 복귀 의사가 없는 걸로 안다”며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입생들도 일단은 선배들을 따라 ‘휴학 투쟁’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폐쇄적인 의대 특성상 선배들의 동맹 휴학 압박에 반발하기 힘든 구조다. 인제대 의대는 학생 투표 결과 25학번의 98%가 수업 거부에 동참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 의대 역시 자체 투표 결과 예·본과를 통틀어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답한 학생이 9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제 갓 입학한 25학번들은 휴학에 동참하면서도 심경이 복잡하다. 서울대와 건양대를 제외한 전국 모든 의대에서 1학년 1학기는 휴학이 학칙으로 금지돼 있다. 등록금만 내고 수업을 듣지 않으면 출석 미달 등으로 학교별 학칙에 따라 유급 혹은 제적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학년 수업 거부 시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5학번은 의대 증원 사실을 알고 입학한 만큼 휴학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의 경우 고육지책으로 군 입대를 고려하는 학생들도 있다. 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 입대 시점을 묻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재학생은 “24학번의 경우 남학생 60%가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진행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25학번이 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냐며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 지방대 의대에서는 OT에서 수업 거부 필요성에 대해 연설했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학생회장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일부 의대는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개강을 미루기로 했다. 가톨릭대는 의예과, 본과 1~3학년의 1학기 개강을 4월 28일로 연기하고 방학을 단축하기로 했다. 고신대와 제주대는 3월 17일, 강원대와 울산대는 3월 31일로 개강을 연기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유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변인인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24·25학번이 동시에 교육을 받을 경우 7500여 명이 투입되는데 전국적으로 의학 교육 여건이 갖춰졌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풀려야 정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선배 의사들이 투쟁해야 하는 문제를 학생들에게 떠넘긴 것 같아 창피하고 미안하다”며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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