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라이더가 배달 음식을 수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민1’(배민 직접 배달)으로 하루 8만원 파는 매장인데 수수료율이 상위 35%다. 이게 상생인가요?”
매출액별로 중개수수료를 차등적용하는 배달앱 상생안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수수료 부과 기준되는 매출액 기준을 이해할 수 없고 이달부터 정액형 광고제가 폐지되면서 자영업자 부담이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진통 끝에 마련된 배달앱 상생안을 두고 시작되자마자 “상생안이 아니라 살생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3일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홀 위주로 운영해서 하루 배달은 10건 될까 말까인데 상위 35%라고 한다” “최근 세 달 총 매출이 70만원인데 2구간(매출액 상위 35~50%)이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26일부터 매출액 상위 35% 업체에는 7.8%, 35~80%에는 6.8%, 하위 20%는 2%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다만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매출액 구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다음달부터 새 기준을 도입한다.
한 점주는 3개월 월평균 배민1 매출이 300만원 이하인데도 상위 35% 구간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제공
배민이 수수료를 산정하는 매출액 기준에는 ‘배민1’ 매출액만 포함된다. 여기에 점주가 배달하는 가게배달 매출과 쿠팡이츠 등 타사 배달앱 매출을 포함하면 전체 배달 매출액 자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매출액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 점주들 주장이다. 통계청 한국외식업경영실태조사의 음식점 월평균 매출액은 1900만원 수준이다. 배달과 매장 주문이 반반인 매장이라면 월 배달 매출이 900만원은 돼야 평균 수준인 셈이다.
점주들은 배달앱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업장도 통계에 포함되다 보니 구간 산정이 왜곡됐다고 보고 있다. 김영명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공동의장은 “배민1 배달을 기준으로 일매출 8만~9만원인 업체도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면서 “이 기준대로라면 연 매출액이 1억~2억원으로 평균 아래인 매장도 최상위 구간에 포함된다”고 했다.
기존보다 수수료율이 낮아진 매출액 최상위 35% 업체도 형편이 나아진 건 아니다. 배달비가 500원 올라 주문금액이 2만5000원 이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상생안 전·후 수수료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인증글이 여럿 올라왔다. 실제로 배민1 매출이 10만원 수준이라는 패스트푸드 점주 A씨(40)는 “우리는 1인 가구 주문이 많아 상생안 적용 후 내는 돈이 더 많아졌다”면서 “원재료값이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데 기대했던 상생안이 실제로는 ‘살생안’이었다”고 했다.
배민 관계자는 “허수가 포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배달 영업을 하는 업주만 구간 산정에 포함했다”고 해명했다.
패스트푸드점주 A씨가 확인한 상생안 전후 수수료율 차이. A씨 제공
배민이 예고한 광고 시스템 개편을 두고도 일부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커졌다고 반발했다. 배민은 기존 월 8만8000원을 내면 한 지역에 매장을 우선 노출해주는 정액형 광고제인 ‘울트라콜’을 폐지하고, 정률형 광고제인 ‘오픈리스트’(건당 수수료 6.8%)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주문마다 수수료를 떼가 주문이 많을수록 울트라콜보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에는 소비자가 ‘찜’(좋아요)을 해놓은 가게에서 주문 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찜’ 주문에도 수수료가 붙는다. 기존 매장에 유예됐던 포장주문 수수료(7.8%)도 부과된다.
온라인플랫폼제정촉구긴급공동행동(이후 공동행동)은 12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상생협의체는 실패했다”며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인하하고 ‘무료 배달’의 비용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하기를 멈추라”라고 요구했다. 강한들 기자
경기 광명시에서 아구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33)는 “‘찜’ 주문을 위해 단골 고객에 공을 들여왔는데 물거품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배민 포장 주문은 할인 혜택을 없앨 생각”이라고 했다.
배민은 전체 점주를 기준으로 하면 광고비 부담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업주의 고정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수천억원의 수익 감소를 감내하고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라며 “울트라콜 종료로 부담이 줄어드는 업주 비중이 훨씬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추가 상생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쿠팡 등은 지난달 국회에서 배달앱 수수료 부담 완화 등을 목표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출범했다. 한 대화기구 관계자는 “점주가 배달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