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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수지가 유튜브에 올린 대치맘 패러디 영상 일부. /유튜브 캡처

“Jamie 지금 수학 학원 들어갔어요.”

반질반질한 소재의 몽클레르 패딩, 한껏 볼륨을 살린 머리, 어깨에 걸친 샤넬백과 교양있는 목소리.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부모를 패러디한 개그우먼 이수지의 모습이다.

이씨는 최근 페이크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를 통해 대치맘을 완벽히 고증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4일 게시된 해당 영상은 3일 기준 조회수 775만회를 돌파했다. 지난달말 올라온 두번째 영상도 5일만에 450만회를 넘어섰다.

기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가공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모양새다. 개그맨부터 안무가, 방송인까지 앞다퉈 페이크 다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흥행 공식’ 된 페이크 다큐…성공 사례 줄줄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텐츠는 연일 높은 인기를 끌며 제작자들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구독자 80만명을 보유한 ‘가비 걸(GABEE GIRL)’ 채널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텐츠로 주목받은 대표적 사례다. 패리스 힐튼, 킴 카다시안 등이 출연한 2003년도 리얼리티 예능 ‘더 심플 라이프’를 패러디한 ‘디바마을 퀸가비’ 시리즈로 화제가 됐다.

본업이 안무가인 가비가 자신의 부캐인 미국 출신 인플루언서 ‘퀸가비’를 연기한다. 지난 5월 말 해당 시리즈 제작 이후 가비 걸 채널은 3개월 만에 구독자가 27만명 증가, 지난 9월 튜브가이드가 발표한 주간 국내 유튜브 채널 순위 ‘인플루언서’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구독자 113만명의 채널 ‘사내뷰공업’도 페이크 다큐 콘텐츠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명예인류학자’를 표방하는 해당 채널은 재작년 4부작 콘텐츠인 ‘다큐 황은정’을 시작으로 페이크 다큐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내기 대학생 부캐 ‘박세은’, 발랄한 여고생 ‘홍유경’, 이과 전교 1등 모범생 ‘박혜진’을 각각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형식으로 제작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특히 불량 학생을 현실적으로 고증한 다큐 황은정의 경우 롯데시네마와 협업을 통해 극장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유튜버 '사내뷰공업'의 페이크 다큐 시리즈 '다큐 황은정'. /유튜브 캡처

채널 확장으로 콘텐츠 벽 허물어져…본질인 재미도 놓치지 않아 ‘인기’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텐츠의 흥행은 채널 확장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TV 대신 유튜브 같은 SNS(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 소비량을 늘리며 콘텐츠 간 형식의 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TV로 시청하던 콘텐츠를 유튜브로 소비하는 추세가 강해지며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기존 방송의 문법이 활용되고 있다”며 “시청자는 낯익은 형식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페이크 다큐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의 핵심인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 또한 흥행의 비결이다. 페이크 다큐 속 인물들은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 속 있을 법한 인물을 현실적으로 고증한다.

약 3년 전부터 페이크 다큐를 챙겨봤다는 김모(25)씨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마주하며 ‘나만 이상하게 생각했나’ 싶은 순간들을 페이크 다큐에서는 재치있는 방식으로 풀어낸다”며 “섬세한 고증을 통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에서 페이크 다큐 장르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존 인물 피해 가능...전문가 “대중에 왜곡 없이 전달돼야”
페이크 다큐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대중의 반응을 더욱 세심히 살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큐멘터리는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포맷인 만큼 제작자의 의도가 대중에게 왜곡 없이 전해지도록 신경써야 한다”며 “잘못된 방식으로 메시지가 전달될 경우 실존 인물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수지가 페이크 다큐 콘텐츠를 공개한 이후 배우 한가인은 자신의 개인 채널에 업로드했던 ’14시간 학원 라이딩’ 영상을 비공개 처리, SNS에 “유난스레 아이들을 쥐잡듯 잡지 않는다”며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14시간 동안 두 자녀의 등하교, 학원 출석을 돕는 모습을 담은 해당 영상이 이수지가 쏘아올린 ‘극성엄마’ 비판 여론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큐멘터리 장르는 실존하는 사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콘텐츠인 만큼 페이크 다큐는 의도치 않게 소비자에게 틀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며 “해당 콘텐츠가 혼란을 주지 않도록 ‘페이크 다큐’라는 특성을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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