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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진실과 거짓④
‘의원 체포지시 없었다’ 허구성 정황
두 달여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다룬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조지호 경찰청장으로부터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이 ‘방첩사가 한동훈 체포조 지원 인력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 청장 진술 외에도 검찰은 국수본 관계자가 국군방첩사령부의 국회의원 체포 목적을 알면서 국회 쪽으로 지원 인력을 보낸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조 청장은 지난 1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 조사에서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59분쯤 윤 조정관이 ‘방첩사가 한동훈 체포조 5명 지원 요청을 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때 윤 조정관은 방첩사가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위해 수사관 100명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함께 보고했다고 한다. 이에 조 청장은 “5명의 체포조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1명을 체포한다고 생각했고, 체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액션하지 말고 준비만 하라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앞서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 역시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에게 이재명·한동훈이 체포 대상이라는 사실을 말한 바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해왔는데, 구 과장과 조 청장의 진술이 맞다면 ‘구민회→이현일→윤승영→조지호’ 순으로 ‘한동훈 체포 지원 요청’ 사실이 전달된 것이다. 다만 경찰은 실제 체포조 지원 인력을 국회로 보냈고 ‘누가 이들에 대한 파견을 최종적으로 지시했는지’를 놓고선 윤 조정관과 조 청장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상태다. 이에 검찰은 국수본과 국방부 조사본부를 상대로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지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날 한겨레가 입수한 이 계장과 박아무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영등포서 형사과장 역시 ‘정치인 체포조 지원’ 목적을 알고 영등포서 형사들을 국회 쪽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계장은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57분께 박 과장에게 전화해 “방첩사에서 지금 국회에 체포조를 보낼 거야. (방첩사를)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될 형사들이 5명 필요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방첩사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14명을 체포하기 위해 국회 쪽으로 출동했는데, 국수본 간부 역시 이런 상황을 인지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이 계장은 5분 뒤쯤 다시 박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부 보고를 마쳤다면서 “경찰인 거 티 나지 않게 사복으로 보내라”, “형사조끼 입히지 마라”고 말했고 방첩사를 지원할 형사 명단을 요구했다. 이에 박 과장은 “뭘 체포하는 거냐”고 물었고, 이 계장은 “누구 체포하겠냐, 국회 가면”이라고 반문했다. 또 이 계장은 “일이 커”라며 “넌 왜 또 이럴 때 영등포(경찰서) 가 있니. 빨리, 빨리 명단 줘”라고 말했다. 이후 실제로 영등포서 형사들은 국회 현장에 파견돼 방첩사 체포조를 기다렸지만, 방첩사 인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서 만남은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이 계장은 지난해 12월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국회의원까지 체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계엄법 위반으로 계엄사범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 계장은 검찰에서 ‘계엄 종료 뒤 언론 보도를 통해 계엄군이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 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박 과장은 12월4일 오전 이 계장에게 전화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셨냐”, “하지 말라고 했어야죠”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계장이나 박 과장 모두 국회의원 등 체포 목적의 파견 인원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두 사람의 전체 녹취를 보면 특정인 체포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고 체포 대상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계장이) ‘체포 대상이 누군지 모르겠는데 느낌이 묘하다’ 이런 말도 한다”며 “정말 특정인을 체포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 계장이 박 과장에게 말을 해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방첩사 체포조 지원 인력을 보낸 혐의 등으로 이 계장의 상관인 윤승영 조정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또 이 계장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지난 비상계엄 당시 국수본의 방첩사 지원이 지난해 6월 양 기관이 맺은 업무협약(MOU)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의심하고 있다. 국수본과 방첩사는 지난해 6월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는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경찰이) 편성에 부합한 수사관 및 장비, 차량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는 경찰 쪽에 체포조(안내조) 지원 명목의 형사 10명 외에도 수사관 100명과 차량 20대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업무협약을 담당한 방첩사 관계자는 “(업무협약의 합수본은)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본을 의미”한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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