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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2019년 미국-우크라 정상 통화에서 시작"
젤렌스키, 우크라 국내 정치·전쟁 상황도 고려
고집 안 굽히다가 날아간 협상… "예상된 결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은 설전 끝에 파행으로 조기 종료됐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파행으로 끝이 난 배경에는 2019년부터 비롯된 두 사람의 오래된 악감정이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싱턴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외교적 붕괴'는 트럼프가 거의 6년 동안 젤렌스키에게 품고 있던 악감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경멸은 2019년 1기 행정부 당시 젤렌스키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비롯됐다. 당시 트럼프는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그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내 사업 거래에 대해 비리 조사를 하도록 압력을 가했지만 젤렌스키는 응하지 않았다. 통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트럼프는 하원의 탄핵소추 대상이 됐고, 이후 젤렌스키에게 원한을 품어왔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9월 젤렌스키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州) 스크랜튼을 방문한 일도 트럼프의 분노를 촉발했다. 젤렌스키는 당시 러시아와 전쟁에 필요한 포탄 공장이 있는 도시를 방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당시 공화당에서는 '선거 개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백악관에서 벌어진 파국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젤렌스키 또한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 및 전쟁 상황으로 인해 트럼프에게 마냥 굴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르토시 치호츠키 전 우크라이나 주재 폴란드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젤렌스키는 조만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그는 굴복한다면 자신이 즉시 제거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 올해 말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강대강'으로 맞서는 두 지도자의 비슷한 성향이 이번 회담 결과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영국 등 각국 정상들의 망명 제안을 뿌리치고 푸틴에게 맞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치호츠키 전 대사는 "두 '알파남'(alpha male)이 충돌했다"며 "젤렌스키는 시스템이 아닌 본능에 충실하며, 복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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