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인 뒤 양국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자 러시아는 기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하루 속히 전쟁을 끝내겠다던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급격히 벌어진 틈을 타 러시아는 전선에서 공세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소셜 네트워크에 “트럼프 대통령은 광대(젤렌스키 대통령 지칭)의 얼굴에 대고 진실을 말했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은 3차 대전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썼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쓰레기’로 비유하며 텔레그램에 “트럼프 대통령과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그 쓰레기를 때리지 않은 건 기적과 같다”는 강한 언사를 남겼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까지 특별한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영국 가디언은 그가 현재 만족스럽게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한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폴란드와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정상을 잇달아 만나고,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 논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러시아가 협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줬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 앞에 드러낸 충돌로 국면은 반전됐다.
가디언은 한 소식통을 이용해 “전쟁 발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치른 어떤 군사적 전투보다 큰 승리였다”며 푸틴 대통령이 수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락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교체돼야 할 인물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 의원은 텔레그램에 “백악관은 더욱 면밀히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후보자를 찾기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낸 파열음으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위에 선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장에서의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회하는 상황 등이 발생하면 푸틴 대통령은 평화 회담에서 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봤다. 크렘린과 가까운 모스크바 신문의 콘스탄틴 렘추코프 편집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흑해의 주요 항구들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오데사나 미콜라이우로 더 진격하는 결정을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공세의 전략적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 전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