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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의 ‘헌정질서 부정’이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격화된 헌법재판소에 대한 폄훼와 흔들기가 급기야 ‘헌재 파괴 선동’으로까지 치달았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제되지 않은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이 줄어들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극우화’의 외길을 따라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모습이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보수성향 기독교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여의도 집회에서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집회에 참석해 극우적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선관위 같은 독립적 헌법기관과 헌재라는 최고 사법기관에 겨냥해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선동한 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김기현·나경원·추경호 등 국민의힘 의원 37명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원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경찰 출신인 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2019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형이 확정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었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사면’ 조치로 서 의원에게 공천받을 길을 터준 것도 윤 대통령이었다.

같은 날 전광훈씨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의 광화문 집회에서는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즉각 처단하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편지가 낭독됐다. ‘헌법재판관 처단’을 선동하는 내란 주범의 극단 발언이 여과 없이 전파된 것이다. 이 집회에는 박대출·강승규·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함께했다.

당 지도부는 서 의원 등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입장’이란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엔 너무 나갔다. 당 차원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여당 의원이) 헌재 등을 쳐부수자고 한 것은 선을 한참 넘은 발언이다. 중도층 지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의원들 발언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삼일절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집회에) 가고 안 가고는 각자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극우의 미몽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극렬 지지층들에 탄핵 불복을 선동하고, 폭동을 사주하고 나섰다”고 비판하며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고 주장한 서천호 의원의 즉각적인 제명을 요구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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