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와 협업한 김은영 장인. 사진=펜디
한국 전통 문화를 자신들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의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네티즌들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와 한국 전통매듭 장인의 협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펜디 측이 해당 게시물을 돌연 삭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태리 명품 브랜드 펜디(FENDI)는 얼마 전 한국 전통 매듭장인과 함께 제작한 핸드백 관련 게시물을 공식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돌연 삭제했다.
앞서 지난해 말 펜디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매듭장인과 협업한 핸드백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 펜디는 지난 1997년 디자인된 핸드백(일명 바게트 백)에 각국의 문화·예술을 재해석해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은영 장인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13호 명예매듭장이다. 30년 넘게 끈을 묶고 엮어 완성하는 한국 전통 공예, 매듭을 전문으로 해온 장인으로 꼽힌다. 로마, 파리, 교토 등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60년 가까이 매듭을 이어오고 있다.
펜디 측이 최근 김은영 장인과 협업한 핸드백 관련 게시글을 삭제한 이유는 중국 네티즌 등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중국의 매듭 문화를 도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들은 펜디가 김은영 장인과 협업해 만든 핸드백의 매듭 디자인 뿌리가 ‘한국’이라고 소개한 점을 비판했다.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된 가방. 사진=펜디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매듭은 당과 송나라의 민속 예술에서 시작했으며, 명과 청나라 때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에 "펜디의 가방 디자인은 미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중국 매듭 직조 기술을 한국의 장인 정신에 기인했다고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며 "펜디는 중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개인 SNS에 “한국 전통매듭을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다”며 “중국은 자랑할 문화가 그렇게 없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삐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은 중국을 전 세계에서 ‘고립국’으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