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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공식 언어 지정 행정명령 서명
90년대 클린턴 전 대통령 조치 뒤집어
시민단체 "다양성 국가의 후퇴"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1일 대통령이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클럽에 도착하자 깃발을 흔들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어를 미국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역사상 국가 차원에서 공식 언어가 지정된 것은 처음인데,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이민자 밀어내기'라고 보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 명령은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며, 정부 기관이 영어가 아닌 언어로 된 문서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990년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나온 "정부 조직은 영어가 아닌 언어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백악관은 행정 명령을 통해 "국가 공식 지정 언어는 통합되고 응집력 있는 사회의 핵심"이라며 "하나의 공유된 언어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시민들로 미국은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식 언어 지정이 "미국에 대한 최선의 이익"이라며,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해 온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상점가에 지난달 28일 영어와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가 쓰인 간판이 걸려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은 한 번도 국가 차원에서 공식 언어를 지정한 적이 없다. 주 단위에서는 캘리포니아부터 뉴햄프셔주까지 30개 이상 주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35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영어 다음으로는 스페인어와 중국어, 타갈로그어(필리핀 제1언어), 베트남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번 행정 명령이 분열과 두려움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른 행정 명령과 마찬가지로 위법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의회 내 히스패닉 의원 연합도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합동 연설에 대한 공식 답변을 스페인어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시민단체에서도 "다양성을 옹호해 온 나라의 후퇴"라며 이번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한 히스패닉 권리단체 대표는 AP통신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자료 없이 한 가족이 의료나 법률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며 "그건 다리가 아니라 장벽"이라고 비판했다. 한 아시아계 비영리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 정책의 배타성은 아시아인과 다른 소수민족 및 이민자 집단에 대한 증오가 심해지는 이 시기에 외국인 혐오와 차별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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