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118회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박사 학위 취득자 10명 중 3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30세 미만 청년 박사는 절반 가까이가 백수였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박사 백수’가 양성된 것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박사 학위 수여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박사 학위를 딴 응답자 1만442명 중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70.4%로 집계됐다.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무직자’의 비율은 총 29.6%로,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신규 박사 학위 수여자 중 무직자 비율은 2014년 24.5%에서 시작해 2018년(25.9%)까지 2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2019년 29.3%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사 학위 취득자 중 백수가 늘어난 것은 대학교수 등 고학력자를 위한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이 교수 대신 시간강사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도 박사 취득자의 취업 문턱을 좁힌다. 교육부의 ‘2024년 교육기본통계 조사’를 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의 전임교원은 전년보다 1.0%(847명) 감소했고, 비전임교원은 3.7%(5352명)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특히 청년층 신규 박사의 절반 가까이는 백수였다. 지난해 박사 학위를 딴 30세 미만 응답자 537명 중 무직자는 47.7%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성별로 보면 여성 박사가 남성 박사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무직자 비율은 남성 박사(6288명) 중 27.4%, 여성 박사(4154명) 중 33.1%였다.
전공별로 보면 예술 및 인문학 박사의 무직자 비율이 40.1%로 가장 높았다. 자연과학·수학 및 통계학(37.7%), 사회과학·언론 및 정보학(33.1%) 박사도 무직자 비율이 높았다. 반면 보건 및 복지(20.9%), 교육(21.7%), 경영·행정 및 법(23.9%)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무직자 비율이 낮았다.
지난해 신규 박사 중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는 2000만원∼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취업한 응답자 7346명 중 27.6%가 2000만원∼4000만원 미만을 받았다. 19.8%는 4000만원∼6000만원 미만을, 14.4%는 1억원 이상을 벌었다.
여성 박사는 남성 박사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았다. 1억원 이상 연봉자의 비중은 남성이 18.7%이었지만 여성에선 절반 미만인 7.2%에 그쳤다. 2000만원 미만 연봉자의 비중은 남성 6.6%, 여성 17.3%로 여성이 2배 이상 많았다.
전공별로 보면 1억원 이상 연봉자 비중은 경영·행정 및 법학(23.5%)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연봉 200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응답한 박사는 예술 및 인문학(25.5%) 전공자에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