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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ㆍ황정은ㆍ박상영 뒤이을 한국 문학의 젊은 이름
돈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 영실은 집에 숨겨둔 현금 5000만원이 사라졌다고 가족들에게 털어놓는다. 가족들은 요양보호사 수경을 의심하는데…. 딸 윤미와 손녀 현진은 영실에게 그런 큰 돈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사라진 돈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묘한 원망에 사로잡힌다. 제16회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대상을 받은 백온유(32)의 단편 ‘반의반의 반’이다. 등단 10년 이하 작가의 중단편 중에 선정하는 이 상은 김애란ㆍ황정은ㆍ박상영 등 주목받은 3040 작가 대부분이 거쳐갔다. 백온유도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됐다. 지난달 21일 서면으로 만났다.

백온유 작가. 사진 백온유

Q : 애정과 원망으로 얽힌 3대의 이야기다. 가족 간의 애착과 상처를 말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A :
애증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게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람은 상대에게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되는데, 마땅히 주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전달되지 않을 때 애증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상처받은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사나운 면, 부박한 면, 그리고 측은한 부분들이 독자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 5000만원은 세 여성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결정적 매개체가 된다. 작품에서 돈을 어떤 의미로 다루고 싶었나?

5000만원은 분명 목돈이지만 인생역전이 가능할 만큼의 목돈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애매함이 소설에서 재미있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 인물들도 돈이 전부가 아님을 잘 알기에 돈에 집착하지 않으려 애쓴다. 돈보다 중요한 것들, 가령 가족의 이미를 다시 찾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도 그려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연연하게 되는 게 돈 아닌가. 그런 미묘한 지점을 그려내려 했다.


Q : 제목 '반의반의 반'은 관계의 분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A :
소설 속에서 윤미와 현진은 그 돈이 내게 있었더라면, 하고 여러 차례 상상한다. 5000만원이 아니라 2500만원만 있어도 좋았을 텐데, 1250만원만 있었어도 덜 고단했을 텐데, 하고 자꾸 사라진 돈에 연연하는 것이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삶의 한도나 자신의 분수 따위를 재고 따지는 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꿈꾸는 삶의 규모도 축소됐을 것이다. '반의반의 반'은 그렇게 쪼그라든 삶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되고 흐릿해지는 가족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Q : 요양보호사 수경이 걸핏하면 도둑으로 의심받는 자신의 처지를 현진에게 털어놓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취재했나.

A :
주변에 간병인 혹은 요양보호사를 고용한 분들도 계시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분들도 계셔서 그분들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 잘 모르는 부분은 책에서 참고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기도 했다.

Q : 『유원』, 『페퍼민트』 등 청소년 소설을 주로 썼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집필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 이 있다면.

A :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썼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녀 삼대의 입장이 나온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세 사람의 행동이 설득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백온유는 청소년 소설 『유원』으로 창비청소년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을 받았다.


Q : 차기작은.

A :
일단 지금은 단편 소설을 쓰고 있다. 택시기사가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나오는데 아직 면허가 없어서 택시기사님을 섭외해서 인터뷰했다. 단편을 넘긴 후에는 다시 장편을 쓰려고 한다. 2년 넘게, 3년 가까이 붙들고 있는 소설인데 신앙에 대한 이야기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등단 10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 소설 중 가장 뛰어난 7편을 선정해 시상한다. 대상 한 편을 선정하되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고 격려하기 위해 7편 모두를 수상작으로 부른다. 심사평과 대상 수상 작가 인터뷰는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실리며, 수상 작품집 단행본은 오는 4월 출간된다. 김애란·박상영 등 주목받는 3040 작가 상당수가 이 상을 거쳐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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