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새해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연초 세운 목표가 조금 희미해질 시간인데요.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독서·공부·운동으로 자기 계발하겠다는 결심이었다면 더 그럴 거예요. 피곤함에 알람 소리를 못 듣거나 5분마다 알람을 미루다 결국 늦잠으로 이어지기에 십상이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과의 사투는 인류 역사에서도 공통된 고민이었으니까요. 스마트폰 알람이 없던 산업혁명 시기엔 제시간에 일어나 일해야 했던 공장 노동자들을 깨우는 직업도 있었어요. 인간 알람 시계 ‘노커 어퍼(Knocker-Upper)’는 막대기로 창문을 두드리거나 콩을 던지면서 돈을 벌었죠.
알람시계. Pixabay
지금도 ‘확실히 깨우는’ 알람의 역할은 충분한 비즈니스입니다. 한 해 매출 337억원, 영업이익 190억원(2024년 기준)을 낸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가 만든 애플리케이션 ‘알라미(Alarmy)’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걸 넘어 수학 문제 풀기·스쿼트 하기 등의 미션을 수행해야 알람이 해제되는 독특한 기능을 가졌어요. 쉽게 끌 수 없는 알람 덕분에 확실히 일어나게 되는 거죠. 현재 전 세계 237개국 250만명(DAU·일간 활성 사용자)이 알라미 덕분에 일어난다고 해요.

직원 30여 명의 작은 기업이 전 세계 1위 알람 앱 서비스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비크닉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딜라이트룸 사무실에서 신재명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경쟁자는 기본 알람 앱…잠재 고객은 30억명
Q : ‘잠 깨우기’를 사업화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화장실에 두고 잠들곤 했어요. 알람이 울리면 강제로 화장실까지 가야 하는 나만의 미션을 만든 거죠. 그러다 2012년, 대학교 4학년 때 이런 경험을 살려 앱을 만들었어요. 유료 앱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3000만원을 벌었어요. 그러다 무료로 전환한 날, 바로 전 세계 60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고요. 일어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고 확신했죠.

Q : 알람이라는 단순한 서비스가 수백 억원의 매출을 어떻게 낼 수 있나요.

A :
매출의 30%는 알람 구독 서비스에서 나와요. 나머지는 광고 수익이고요. 월 6900원을 내는 구독자 수가 약 10만명 정도 되죠. 사실 사업 초창기엔 계산기같이 단순한 앱에 돈을 낼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용자 피드백을 들으며 관점을 바꿨죠. 삶을 바꿔주고 시간을 벌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심지어 고마움에 돈을 보낸 사람도 있었죠. 극소수 찐팬을 공략해보자고 생각해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게 먹힌 거예요.
알라미 알람을 끄기 위한 미션들. 알라미 앱 캡쳐

Q : 독특한 기상 미션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
일어난 뒤에 한 가지 활동만 해도 확실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초기엔 정해둔 물건을 사진으로 찍어야 알람이 해제되는 미션이 있었어요. 지금은 기억력 게임, 스쿼트 등 8가지 미션으로 늘어났죠. 크게 정신을 깨우는 것과 몸을 깨우는 것, 두 가지 미션으로 나뉘는데,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진 거예요. 미션별로 난이도나 횟수도 조절할 수 있어요.

Q : 200여개 국가 사용자의 니즈를 맞추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A :
현재 미국(21%)·한국(14%)·인도(10%) 순으로 알라미를 많이 이용해요. 매출의 70~8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해외 시장에 주목해요. 하지만 국가별 맞춤형 서비스를 하진 않습니다. 200여개 국가의 입맛을 맞추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어서, 국적 불문 누구나 아침 기상을 어려워한다는 단 한 가지 보편적 문제를 푸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요.
전 세계 알라미 사용자가 보낸 알라미 8주년 축하 영상. 딜라이트룸 유튜브 캡쳐
침대 회사 투자부터 커플 앱 인수까지...알라미의 문어발 경영?
Q : 최근엔 투자·인수에 적극적인데요.

A :
알라미와 연결된 것들이에요. 3년 전에는 습관 유지 플랫폼 ‘마이루틴’의 운영사 ‘마인딩’을 인수했어요. 그러다 수면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슬립 테크 산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수면 상태에 따라 온도 조절하는 매트리스를 만드는 ‘삼분의일’에 투자하고, 지난해엔 미국 수면 진단 업체 ‘PranaQ’와 수면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 ‘사운더블 헬스’에 투자했죠. 수면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녹트리서치’에도 투자했고요. 수면 문제 진단부터 해결책 제공까지 수면의 모든 여정을 다루고 있어요.

Q : 슬립 테크에 관심 둔 계기가 있나요.

A :
문제의 원인, 그 원인의 원인을 파고들면서 사업을 확장 중입니다. 사용자들을 만나보니 알람은 성공적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수단이더라고요. 더 나아가 성공적 하루를 보내기 위한 거죠.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의 조화를 말하는 ‘웰니스’에 관심 둔 이유입니다. 웰니스의 기본이 수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잘 자야 잘 일어나고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딜라이트룸

Q : 국민 커플 앱 ‘비트윈’을 인수한 건 다른 노선인데요.

A :
알라미 매출의 70%가 광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화를 고민했어요. 높은 트래픽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생각했죠. 알라미만의 효율적인 광고 수익화 모델을 만들었고, 2023년 앱 광고 수익화 솔루션 ‘다로(DARO)’를 출시했어요. 이걸 적용해 보기에 비트윈은 최적화된 플랫폼이라 생각했어요. 알라미 사용자는 많아도 하루에 두 번 앱에 방문하는데, 커플 소통 앱은 자주 드나드니 광고 효율성이 더 크기 때문에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테스트를 해볼 수 있으니까요.
ENFP 대표의 루틴 노하우…“무조건 작게 시작하라”
Q : 13년 차 알람 CEO만의 성공적 하루를 보내는 비결이 궁금해요.

A :
아침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루틴이 있어요. 오전 6~7시 사이에 일어나서 30분간 감사일기를 씁니다. 전날을 회고하며 좋았던 점 3가지를 적고, 전날 딱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지 적어요. 그리고 지금 당장 감사한 일 세 가지와 뿌듯한 하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딱 한 가지 계획을 써요. 그리고 짧은 명상을 하면서 마무리하죠. 벌써 4년째 하고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한 일이에요. 꾸준히 쓰다 보니 제가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어요.
신재명 대표의 감사일기 템플릿. 딜라이트룸

Q : 계획적인 사람만 가능하지 않을까요.

A :
저도 MBTI로는 즉흥적 성향을 가진 ENFP입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조건 작게, 짧게 시작하면 좋아요. 30분만 하거나 오늘 딱 한 개 목표를 갖는 거죠. 저도 처음엔 아침·점심·저녁 계획을 다 세웠는데 결국 못 지키게 됐고, 되려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아침 시간 30분만 확보하자고 다짐한 이유죠. 하루에 하나씩만 해도 1년에 300번 넘는 다짐을 지킬 수 있어요.

Q : 앞으로 딜라이트룸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A :
13년 됐지만, 딜라이트룸은 여전히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알라미를 이미 완성된 서비스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모든 서비스는 계속해서 업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록·정리하는 노트 플랫폼이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에버노트’와 같은 클라우드형 노트 플랫폼으로 발전한 것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알람의 본질도 재정의할 시기가 분명 오겠죠. 어떤 변화가 오든 대처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된 자세를 가지려고 해요.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209 "지금이 화양연화"…'할리' 탄 신계숙 신드롬, GG세대 진격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8 '3월 폭설' 강원 산지 100㎝ 넘게 쌓일 듯…수요일까지 전국 눈·비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7 극우가 됐다, 저쪽이 싫어서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6 [속보] 3·1절 서울 도심 곳곳 탄핵 찬반 집회…광화문역 한때 ‘무정차’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5 1구역 신통기획까지…한남 미니 신도시 기대감 커진다[집슐랭]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4 尹으로 쪼개진 3·1절... 서울 도심서 '탄핵 찬반' 집회 시작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3 광화문서 반으로 갈라진 2030… “불법 계엄” vs “야당 폭거” [르포]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2 4·2 재보궐선거, 부산교육감 등 23곳…28∼29일 사전투표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1 재개발·재건축 준비위원회·추진위원회 구성과 위원의 자격요건[유재벌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new 랭크뉴스 2025.03.01
49200 3·1절 탄핵 찬반 집회 13만 집결…"尹 '나는 잘 있다' 인사 전해"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9 “젤렌스키, 트럼프에 안 맞은 게 기적”…회담 파국에 조롱 쏟아낸 러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8 명배우 해크먼 사후 9일간 방치 가능성…재산 1천억원대 추정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7 서울구치소 앞 '탄핵 반대' 집회서 흉기 소란 벌인 40대 구속 송치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6 이재명, 이육사 시로 3·1운동 정신 강조‥"국민이 가리킨 곳 향해 정진"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5 미국 국무장관 "회담 파국 만든 젤렌스키 사과해야"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4 [속보] 5호선 광화문역 무정차 통과 ‘종료’…열차 정상 운행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3 日언론 "崔대행, 3·1절에 역사문제로 비판 안해…통합 강조"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2 3·1절 대규모 집회…광화문역 열차 한때 무정차 통과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1 여의도 찾은 김기현, 광화문 간 김선교… 與 정치인들이 향한 곳은? [르포] new 랭크뉴스 2025.03.01
49190 3·1절 서울 도심 울린 찬송가…“꼭 오른발로 밟아, 밟아!” [현장] new 랭크뉴스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