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왜 감사하지 않냐” 부통령 밴스와 협공
“러 언젠가 美 위협” 경고에 발끈하기도
“카드놀이 아냐” 정색에 “3차 대전 도박”
공개 설전 험악 분위기… 정상회담 결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파국으로 끝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시작 전 공개 대화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러시아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러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본인 종전 구상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며 강자로서의 우월감을 숨김없이 드러냈고, 그 무례는 설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도리어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상대로 잡은 꼬투리가 무례였다.

트럼프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젤렌스키와 각자 모두발언을 하고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 협정을 지킬지와 우크라이나가 바라는 안보 보장 방안 등을 두고 두 정상이 이견을 노출하며 사나워지던 분위기는 약 40분을 지나며 극도로 험악해졌다.

계기는 ‘푸틴과 너무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 대한 그(젤렌스키)의 혐오 때문에 내가 협상을 타결하는 게 어렵다”고 대답하자 배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트럼프가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은 평화를 위해서라고 거들었다.

젤렌스키는 푸틴을 외교 상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2014년 푸틴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불법 병합한 뒤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위반하고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지적하며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밴스에게 반문했다.

밴스는 발끈했다.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종류의 외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오벌오피스(집무실)에 들어와 미국 언론 앞에서 이것을 따지는(litigate) 것은 무례한 짓이라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병력 부족 등으로 곤경을 겪고 있다며 “당신은 이 분쟁을 끝내려 노력하는 대통령(트럼프)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와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봐 달라는 젤렌스키의 요청에 그가 ‘선전 관광(propaganda tour)’을 시킨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도 지지 않았다. “여러분은 좋은 바다(대서양)가 있고, 지금은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느낄 것”이라면서다. 미국도 언젠가 러시아에 의해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만의 문제라며 미국은 유럽과의 사이에 대서양이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협정 서명 테이블의 의자가 철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 뒤 이곳에서 광물 협정에 서명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트럼프가 자극된 것은 이 시점이었다. 그는 “우리가 뭘 느낄지 우리한테 지시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신은 좋은 위치가 아니다. 지금 카드를 손에 쥐고 있지 않다”고 젤렌스키에게 면박을 줬다.

젤렌스키는 “나는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전시 대통령이다. 매우 진지하다”고 정색했다. 그러자 트럼프가 다시 “당신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백만 명의 목숨으로 도박하고 있고 3차 세계대전을 걸고 도박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짓은 당신을 지지해 온 이 나라에 매우 무례하다”고 반박했다.

밴스도 가세했다. “이 회의 내내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미국과 대통령에게 감사를 좀 표하라”고 젤렌스키에게 대차 요구했다.

두 정상 간 이날 협상은 결렬됐다. 트럼프는 오후 1시 16분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글을 통해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오후 1시 40분쯤 백악관을 떠났다. 미국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회담이 파국적으로 끝나며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예정된 광물 협정 서명식 및 공동 기자회견도 진행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080 "위안부 운동 '이만하면 됐다'고? 절대 덮고 넘어갈 수 없죠"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9 ‘가족같은 선관위’...채용비리 논란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8 벚꽃, 올해는 언제 필까?(feat.개나리·진달래) [이런뉴스]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7 김용현·이진우·여인형, 그들이 ‘엉겁결’에 증언한 것들 [헌재의시간]②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6 '동네북' 최상목을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까 [정치 도·산·공·원]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5 3·1절 대규모 탄핵 찬반집회…여의도·광화문에 여야도 총집결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4 "위기의 반도체"… 2월 반도체 수출, 전년대비 3% 감소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3 3·1절 전국 흐림…수도권 미세먼지 ‘나쁨’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2 문형배 집 '막말 시위' 수사‥"대표가 누구야?" 봤더니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1 “살 만큼 살았잖아” 세 자매는 달렸다…내란 막은 시민들의 긴박한 밤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70 2월 수출 1% 성장…반도체 수출↓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9 '위기의 반도체', 수출 감소 전환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8 “우리없인 2주” vs “푸틴은 3일이라더라”…트럼프-젤렌스키, 격론 후 협상 결렬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7 [속보]'위기의 반도체', 수출 감소 전환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6 與 뒤덮은 ‘명태균 의혹’ 진실공방…오·홍 이어 이준석까지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5 조기대선 한다면…2007·2022년 대선에 '승리 공식' 있다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4 9년 만에 신생아 늘었다···합계출산율도 0.75로 반등[위클리 이슈]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3 2월 수출, 전년比 1% 증가한 526억불…한 달 만에 소폭 반등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2 우크라·유럽, 험악했던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에 충격·당혹 new 랭크뉴스 2025.03.01
49061 12년 돌봐준 이웃에…집 5채 전재산 상속한 中독거노인 new 랭크뉴스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