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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실 앞 복도의 모습. 연합뉴스

미필 사직 전공의 중 오는 3월 입영할 이들이 선발되면서, 의료계에서는 “의정갈등이 해소되더라도 전문의 배출에 돌이키기 어려운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복무로 3년간 수련할 수 없는 전공의가 수백명 생겨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방부와 병무청은 의무장교(군의관) 630여명,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명을 각각 선발해 지난 27일 개별 통보했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 이후 사직한 전공의 가운데 병역 미필자 등 3300여명이 입영 대상자였는데, 이중 일부가 먼저 입대하게 된 것이다. 통상 전공의들은 3~4년 동안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군의관·공보의로 입영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례적인 집단 사직의 여파로 상당수 전공의가 수련을 끝내지 못한 채 군복무를 하게 됐다.

병역법상 전공의가 사직하는 순간 입영 대상자가 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실제 입영 통보가 이뤄지면서 의료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이번에 비교적 수련을 오래한 고연차(3·4년차) 전공의가 선발된 경우가 많아 향후 전문의 배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방부가 선발하는 군의관은 무작위로 뽑지만, 병무청이 선발하는 공보의는 수련기간, 의사국가시험 성적 등의 순위에 따라 선발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에선 특정 과 고연차 미필 전공의가 전원 선발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3년차 사직 전공의 A씨는 “고연차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입했기 때문에 복귀를 가장 바랄 수 밖에 없는 이들”이라며 “복귀 가능성이 높았던 이들이 군대에 가게 되면서 사태를 정상화하기 한층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선후배간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 특성상 고연차 공백은 저연차들의 복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5’ 병원 사직 전공의 B씨는 “저연차 땐 고연차 선배에게서 배우는 부분이 많은데, 이들이 없으면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당직을 더 자주 서야 하는 등 업무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저연차 전공의들은 더욱 복귀를 꺼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료들의 피해가 현실화됐다’는 인식 때문에 복귀를 반대하는 강경론이 우세해질 거란 관측도 있다. 이번에 입영하는 이들은 3년 뒤 기존 수련병원에 복귀하고 싶어도 근무할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군복무 후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원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온다. 기존 전공의 7대 요구안에 더해 입영 전공의 복귀 대책 등 조건이 늘어나는 셈이다. B씨는 “군대 가는 동료들이 눈앞에 생기면서 정부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졌다”며 “의대 정원 동결 등이 이뤄져도 군대 간 전공의에 대한 구제책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선발되지 않은 미필 전공의들의 불만도 크다. 이들은 국방부 훈령 개정에 따라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돼 최대 4년간 언제 입영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가 됐다. 일부는 일반 병사로라도 입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법령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헌법소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선 입영이 이뤄지기 전 사태를 풀지 못한 의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사직 전공의 C씨는 “의협은 정부에게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라는 식의 비현실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이제라도 교육부의 ‘3058명 동결’ 제안을 수용해 피해를 줄이고, 다른 문제는 천천히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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