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Z세대 사이에서 금을 직접 녹여 자신만의 보석을 제작하는 ‘DIY 금세공’ 열풍이 불고 있다. 금괴, 가보, 심지어 금콩까지 녹여 원하는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방식이다.
중국 명품 시장 전문매체 징데일리는 “Z세대가 금을 활용해 자신만의 맞춤 보석을 제작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투자 혹은 자기표현을 위한 Z세대의 움직임이 ‘현대판 골드러시’로 이어지며 중국 보석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금세공 관련 게시글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금을 녹이는 과정뿐만 아니라 적절한 도구 추천, 금이 튀는 현상을 방지하는 방법까지 세세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에서 #집에서 금세공(居家打金) 키워드 조회수는 4,000만 회를 돌파했으며,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서는 #금세공(打金) 관련 영상이 30억 회 이상 조회됐다.
최근 한 인플루언서가 금콩을 고온 토치로 녹여 나비 모양의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영상을 올리자, 3주 만에 14만 개 이상의 ‘좋아요’와 ‘저장’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진= 샤오훙수 금세공 게시글 갈무리
Z세대의 금세공 열풍에는 금값 상승과 더불어 금 투자 트렌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해 금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장식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금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그램당 프리미엄이 높아 한때 Z세대가 대거 사들인 인기 품목이었다.
중국 금 협회의 2023년 ‘중국 금 보석 소매 시장 통찰력’ 보고서에 따르면, 금 구매의 주 소비층이 18~34세로 변화했으며, 시장 점유율이 16%에서 59%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데일리는 “재정적으로 신중한 젊은 소비자들이 가치 보존과 자기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금세공 열풍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단순한 투자 목적을 넘어 오래된 금을 세련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Z세대는 금세공을 부업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샤오훙수에서 활동하는 한 부부(@Riluodajin)는 “금세공을 통해 한 달에 5만 위안(약 1,000만 원)을 벌고 있다”고 밝혔다.
Z세대의 금세공 열풍이 확산하면서 온라인에서도 관련 도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타오바오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멜팅 볼, 마노 나이프, 연마 키트 등이 빠르게 동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렌드가 금 가격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2,954달러까지 치솟았지만, 향후 가격이 하락하면 DIY 금세공의 매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징데일리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