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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49표 vs 서울 11표 뒤집기
광주·대구·충남·충북과 ‘원 팀’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2036 하계 올림픽에 도전할 국내 유치 도시가 결정되는 28일 총회를 앞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한 관계자의 모습이 오륜마크와 2036 숫자 위로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2036 여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로 2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됐다. 국내 유치 후보 도시를 놓고 서울특별시와 경쟁했던 전북도는 ‘비수도권 연대’를 강조하며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친 끝에 국내 후보 도시로 뽑혔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대의원 투표 결과, 전북도를 2036 여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발표자로 나서 차례로 45분씩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15분 질의·응답을 받았다. 평가위원회의 조사 결과 보고 뒤 대의원들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는 집행부를 꾸리지 못한 대한축구협회를 뺀 37개 올림픽 종목 협회에서 대의원 2명씩 한 표를 던졌다. 대의원 무기명 투표 결과 전북 49 대 서울 11로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산개최, 연대 강조하는 IOC 기조에 부응

전북도는 지역 균형 발전을 주요 유치 명분으로 내세우며 비수도권 연대를 강조해왔다.

전북이 준비한 올림픽 주제는 △국가균형발전 첫걸음이 될 올림픽 △지속가능 올림픽 △친환경 올림픽 △저비용·고효율 올림픽 △케이(K)-문화를 알리는 가장 한국적인 올림픽 등이다.

2036 여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로 2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됐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김관영 전북지사가 개최 협약서를 들고 있다. 전북자치도 제공

전북도가 비수도권 연대를 통해 2036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가 원하는 올림픽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효했다.

아이오시는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하며 미래유치위원회를 도입하고 나라 간, 도시 간 공동 개최를 허용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지역 분산 개최와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전북은 대구(육상·대구스타디움), 광주(수영·양궁·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과 국제양궁장), 충북(체조·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충남(테니스·충남국제테니스장), 전남 고흥(서핑·남열해수욕장)의 경기장 사용 승인 허가를 얻는 등 올림픽 분산 개최 계획을 강조했다.

여야 떠나 지자체장 4명 “전북 지지” 한목소리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태흠 충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발표심사에 영상으로 전북의 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연대의 힘을 재차 보이기도 했다.

여야를 떠나 4명의 단체장이 모두 전북 여름올림픽 유치를 지지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주가) 유치될 경우 대구에서 육상경기를 개최할 수 있어 기대된다”며 “전북과 영호남이 힘을 합쳐서 2036 전주 하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유치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전주 하계올림픽 지역과 스포츠 인프라 공유를 통해 국내 체육발전에 이바지하고 인재 양성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믿는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전주 올림픽 유치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2036 여름 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로 2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됐다. 김관영 전북지사(가운데)를 비롯한 전북도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북자치도 제공

국내 후보지로 전북이 선정되자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번 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은 도민들과 함께 만든 성과”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도민들 그리고 연대 도시들과 힘을 모아 국제 경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전북이 2036 하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도전을 가능하게 한 것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준 전주시민과 체육 관계자, 비수도권 연대의 힘”이라며 “지방 도시 연대 전략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하고, 풍부한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 올림픽을 준비해 유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전북은 2년 전 잼버리 파행으로 국내외에서 받은 질타를 올림픽 개최를 통해 찬사로 바꿀 기회도 마련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를 앞두고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진행했다. 전북자치도 제공

전북은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의 여름 올림픽 국내 유치를 위한 도전에 나선다.

전북은 국내 후보지 선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제행사 개최계획서’를 제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은 후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아이오시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뒤에는 아이오시 미래유치위원회의 평가를 받는다. 이후 미래유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 대상 도시가 추천되며, 최종적으로 아이오시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개최지가 결정된다.

현재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국외 도시들도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 이집트 등 10여개 국가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인도는 수도권을 벗어나 국가 전역 개최를 검토 중이며,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초 올림픽을 목표로 한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2022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카타르도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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