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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검색부터 하듯이 이제는 인공지능(AI)부터 돌려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보의 접촉면이 신문, 방송 같은 미디어에서 검색 포털로 가더니 이제 인공지능 화면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에 오류가 있을 때 바로잡을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고민이다. 회사의 중요 현안에 대해 잘못된 내용이 나오는데 사람들에겐 사실로 여겨지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공유되면 억울해도 대책이 없다. 신문사에 찾아가 고함을 치든 읍소를 하든 답이 보이던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

다양한 각도에서 물어보는 질문들, 이에 대한 답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도 없고 다양한 종류의 인공지능에 대해 다 알아볼 수도 없다. 죽기 살기로 뒤져서 찾아낸다 해도 인공지능이 어떤 알고리즘으로 답을 만드는지 알 수가 없으니 바로잡기도 어렵다. 순식간에 나쁜 회사, 악덕 경영자로 찍혀도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얘기다.

AI 러닝의 기초정보인공지능은 (이론적으로는) 세상 모든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해서 나름의 알고리즘으로 답을 만든다. 영상, 소리 등 더 다양한 정보 원천과 교차검증한 내용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텍스트 정보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자.

신문, 방송과 같은 기존의 미디어에 나오는 내용이 여전히 인공지능의 정보 원천으로 쓰이니 중요하지만 책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엔 수백 페이지의 책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논점도 복잡하고 재미도 없어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연구보고서나 학술논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 연구방법론이 적용되고 전문가 그룹 내부의 검증을 거쳤다고 보니까 최소한의 타당성이 입증된 면이 있고, 무엇보다 좁은 범위의 전문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기사나 연구보고서, 학술논문에 숨어 있는 편향성을 인공지능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데, 그래도 직접적 증거자료가 되는 통계나 인터뷰 내용이 인공지능의 논증 소재로 활용되는 경향이 보인다. 이런 기초자료들이 충분히 교차검증되지 않은 단계에서 언제 어디서 황당한 내용이 전 세계 화면에 뜰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인공지능 서비스의 제공자가 어떤 정보 원천으로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답을 제시하는지 밝히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이른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인데, 제대로 된 정보를 반영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초조건이다. 최소한 참고한 정보 원천을 함께 띄워주는 구글 인공지능의 접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악의가 의심되는 엉터리 언론 보도가 인공지능을 타고 ‘과학적으로 추론된 사실’로 알려지는 것도 끔찍한 일이지만 그래도 언론 동네는 민형사상의 구제 절차가 있고 다양한 언론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 있다. 오히려 제대로 비판과 검증이 작동하지 못한 학술서적이나 논문이 더 난감하다. 무작정 결론 정해놓고 우겨대는 ‘비판적 지성’이 정의로운 외침으로 자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장만 가득 담은(정파적 관계나 노골적인 후원까지 더해진) 선전물에 가까운 논문을 무작정 외워대고 다시 비슷한 저작물로 복제되는 현실도 난감하다.

콘텐츠 검색과 공급인공지능이 절대적 진리를 알려주지 못한다면 멍하니 있다 졸지에 나쁜 회사, 악덕 경영자로 낙인찍히지 않게 널리 알아보고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 신문 스크랩을 하다 영상자료를 챙기고 포털 검색으로 블로그나 댓글까지 찾아봤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여러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회사나 경영자의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현안들을 여러 관점에서 정리해 질문해야 한다.

“G 회사의 인재 채용 정책을 알려달라”는 뻔한 질문은 홈페이지 내용을 퍼올 뿐이다. 하지만 “G 회사의 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 정책은 능력의 수월성과 실적 중심 평가와 어떻게 조화되는지”라고 물을 때 짚어볼 점이든 바로잡을 점이든 찾아낼 수 있다. 사람들의 정보검색이나 SNS 멘트 등 빅데이터를 포함하는 인공지능이라면 대중의 솔직한 감성을 읽어서 착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제안해줄 수도 있다.

더 알맞은 전달경로를 찾아줄 수도 있다. 위기관리가 필요한 경우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서 관련 기구들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편향된 정보를 교묘하게 침투시키는 못된 짓이 아니라도 최소한 회사와 경영자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제대로 반영시키려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러닝과 판단에 대한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선 온라인 공간에 정보를 입체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언론 보도가 여전히 책임성이 담보된 검증된 내용으로 중요하다면 여기 담지 못한 더 많은 내용을 페이지 콘텐츠로 올릴 수 있고 관련된 전문보고서나 학술논문, 이에 기반한 회의자료, 인터뷰, 전문가 리뷰로 보강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의 문서, 국회 발언도 책임성과 검증 가능성이 더해지는 효과가 있다.

사람이 미처 다 못 보던 시절과 달리 인공지능은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여러 형태의 정보자료를 상호 교차검증할 수 있다. 현안을 다양한 논점으로 풀어서 올릴수록 억울한 일은 줄어든다. 꽉 막힌 학자들의 뻔하고 답답한 논문에 믿음이 안 간다면 차제에 인공지능에 잘 먹힐 결과물이 나오도록 기초정보를 제공하고 탑재할 채널도 만들면 어떨까?

뉴미디어와 권력 이동텍스트 중심의 정보가 영상, 소리는 물론 사람의 실제 행동, 주변환경과 교차검증되는 날이 오면 정보의 탐색과 전달은 더욱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결국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한 학기 죽어라 공부하고도 막상 뭔가 쓰라고 하면 인공지능을 먼저 돌리는 시대에 억울한 꼴 안 보려면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할 내용을 재미있고 도움 되게 제공해야 한다. 속사정을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불만이지만 내 맘대로 안 되기는 미디어의 보도와 여론 구조, 자본시장의 정보유통과 평가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모든 혁신이 다 그렇듯이 인공지능의 발전도 챙겨서 할 일은 더 많아지고 더 잘 쓰는 유능한 자만 행복해지는 피곤한 세상을 만든다. IT 세상의 속성상 극히 소수의 사람만 행복하다. 신문 기사 풀 붙여 스크랩하고 언론사 찾아가서 읍소 혹은 고함으로 풀어보던 세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미디어를 통한 정보유통과 시장의 정보전달-평가가 큰 간격 없이 융합되는 현실에서 돈의 가치로 환산되고 그 책임성이 담보되는 시장정보는 인공지능에 무겁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의 주관적 가치와 감성이 훨씬 많이 들어간 미디어 정보 또한 시장정보에 깊이 파고들 것이다.

따라서 회사와 경영자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담으려면 투자자의 계산과 기자의 문제의식, 드라마 PD의 감각을 함께 갖춰야 한다. 학문 세계의 방법론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친화적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컴맹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세상에 2시간 동안 파워포인트 읽고 나가는 수업, 교과서 한권 외워서 “XX에 대해서 쓰라”는 시험은 인공지능은 고사하고 네이버 검색과 경쟁하는 셈이다. 범죄행위가 따로 없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정보 접촉과 판단을 좌우하는 권력이 된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인쇄술의 발전이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을 가져왔고 라디오와 영화가 그러했듯이 인터넷과 모바일이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뉴미디어의 발전이 권력의 이동으로 이어진다면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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