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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보고서]
<4> 검찰이 가려야 할 내용은
부정회계 사건 치부하다 수사 늦은 검찰
3개월 수사 후 김영선 등 재판 넘겼지만
여론조사·공천개입 의혹 등 핵심 그대로
27일 특검법 통과 속 검찰 신뢰 회복 관심

편집자주

명태균은 정치 컨설턴트인가 정치 브로커인가. 서울중앙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명태균 사건은 '태풍의 눈'이 될 조짐이다. 한국일보는 명태균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 등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를 둘러싼 불편한 얘기를 가감없이 공개한다. 파편적이고 편향적으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고 향후 어떤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여론조사와 선거 캠프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분석했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 깃발. 뉴스1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 수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2023년 경남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단순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치부하다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등 핵심을 놓쳤다. 사건은 9개월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뒤늦게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창원지검은 이후 3개월간 명씨와 김 전 의원을 '공천 대가 금품 거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1차 수사를 마무리한 뒤 지난 17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했다.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유력 정치인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 핵심적인 수사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명태균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상황에서 검찰이 사건 전모를 낱낱이 밝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혜경 폭로로 드러난 '명태균 사건'의 부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왼쪽 사진)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초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김 전 의원 측은 "선관위가 영수증을 처리해주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검찰도 단순 회계 문제로 판단해 경남선관위가 김 전 의원을 수사의뢰하고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 실무자 강혜경씨를 고발한 사건을 검사 없이 수사관만으로만 구성된 수사과에 배당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명씨와 김건희 여사가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주고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한 상태였다. 2023년 6월 미한연 관계자는 경남선관위에 "명씨가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8일간 자체 여론조사로 매일 샘플 1만 개씩 조사해 김건희에게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관계자는 명씨가 대선이 끝난 뒤 김 여사에게 "비용 청구를 한다"면서 여러 자료를 정리해 서울로 가져갔지만 결과가 없었다고도 했다. 해당 진술 자료는 선관위가 수사의뢰할 때쯤 검찰로 넘어갔는데 검찰은 이를 보고도 허풍 정도로 취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 수사 일지. 그래픽=이지원 기자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지난해 10월 강씨의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폭로로 전환점을 맞았다.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아 보는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에 관여했고, 명씨는 김 전 의원 공천을 도운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씨가 여론조사를 내세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어울리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창원지검은 수사 착수 1년 만에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을 꾸려 3개월간 100여 명을 소환 조사하고 일부 의혹을 규명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1차 처분 당시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해선 공천 지원을 대가로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했고, 공천을 위해 미한연 측에 금품을 건넨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달 17일 검찰의 2차 처분 땐 창원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정보를 누설, 동생들을 통해 투기한 혐의 등으로 김 전 의원이 추가 기소됐다. 남은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尹 부부 공천 개입' 등 핵심 수사는 지금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오른쪽) 여사가 지난해 9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 참석해 선수단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담수사팀에 남은 사안은 크게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여권 인사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 요청을 받고 2022년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정황은 이미 공개됐다. 명씨는 대선 기간(2021년 4월 18일~2022년 3월 2일) 81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일부를 윤 대통령 부부에게 보내 환심을 산 뒤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공천 심사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김영선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내가 윤상현(당시 공천관리위원장)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라고 약속했고, 김 여사도 같은 날 "당선인이 지금 전화했다. 너무 걱정 말라"고 말해 명씨를 안심시켰다. 대가성 있는 공천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받아 보는 대가로 공천에 개입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만료됐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시효는 중단된 상태다. 3월 중순 탄핵이 인용돼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개입한 것이라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 윤 대통령이 실제 김 전 의원을 추천했더라도 단순 의견 표현에 그쳐 '영향력 행사'로 볼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과 같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남는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명씨가 제공한 무상 여론조사를 '공천 헌금'으로 보고 윤 대통령 부부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부부가 단순히 여론조사를 받아 보는 것에서 나아가 명씨에게 왜곡된 여론조사를 요구했는지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2021년 10월 김 여사는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1등인 여론조사 결과를 명씨에게 보내며 "홍 후보가 1등 안 되는 게 맞느냐"고 우려했다. 명씨가 이에 "내일 자체조사를 해보겠다"고 답한 것을 보면 '명태균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명씨는 강혜경씨에게 "윤석열이를 올려 갖고 홍준표보다 한 2%(포인트) 앞서게 해달라"며 미공표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했고, 실제 왜곡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 조작' 명태균 처벌은 난항



하지만 명태균씨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명씨가 공표용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면 공직선거법 96조 위반이지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명씨가 공표용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표 여론조사도 특정 정당·후보자에게 편향되게 조작했다면 같은 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다. 명씨가 여론조사를 조작해 후보자나 선거 캠프 업무를 방해했다고 해석하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후보자 측에서 내부 참고용으로만 썼다고 하면 의율이 어렵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측근이나 지인에게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지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2022년 이준석 의원의 김 전 의원 공천 '물밑 지원' 의혹, 2021년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의 명씨 회사로의 일감 제공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어 결국 검찰 수사로 진위 여부가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전담수사팀은 27일 서울중앙지검 이송 후 처음으로 명씨를 불러 조사에 나섰다. 명씨 측 여태형 변호사는 "(휴대폰 등) 포렌식 과정에서 많은 정치인과의 대화가 나왔고, 그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으로 정치인들의 민낯을 밝혀야 한다"는 명씨 입장도 전했다. '명태균 특검법'은 이날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신속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유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은 "지금껏 공개된 검찰 수사보고서와 관련자 진술만 봐도 윤 대통령 부부 등 이번 사건의 '몸통'을 수사하기엔 충분하다"며 "늑장 수사로 의혹이 커졌기 때문에 검찰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여론조사와 공천개입의 진실
    1. • 尹 부부·당대표·공관위 모두 포섭 정황… 명태균의 공천 청탁 전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0410002198)
    2. • "잘못 짜깁기해" "빼주세요"… 김건희, '尹 맞춤 조사' 받고 '김영선 공천' 보답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222280001535)
    3. • "판세 잘 짠다" 평판에 명태균 '스카우트'... 갈등 빚다 尹 부부 뇌관으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114100002742)
    4. • "김건희 여사가 경선 나가라더라" 김영선 당대표 여론조사도 돌린 명태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14020004490)
  2. ② 명태균을 키운 여권 지도부
    1. • '명태균-여권' 부당거래… "김종인에 불리" 문항 '슬쩍', '이준석 열세' 공표 연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322180000786)
    2. • '무명' 명태균, 김종인 만난 뒤 중앙 무대로... '가덕도 신공항'도 논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416070002789)
  3. ③ 명태균에 얽힌 정치인들
    1. • '洪캠프 봉사방' 당원 명부가 명태균에게… 홍준표 "무관한 일, 明 사기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20440000536)
    2. • 명태균, 손댄 여론조사로 '필승 전략' 과시했지만... 오세훈 신뢰 못 얻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11240001349)
    3. • 명태균, 김진태 공천 밀어주고 '지사 보좌역' 알선 시도 정황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518170002768)
  4. ④ 검찰이 가려할 할 내용은
    1. • 첫 단추 잘못 끼운 '명태균 사건'... 尹 부부 수사 지연되며 의혹 '눈덩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420520005749)
    2. • 명태균에 공공기관장 유임 청탁도… 국정·인사 실세였나, 숟가락만 얹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2713180004840)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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