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1년 유사 사건…1·2심 유죄로 봤으나 대법원 ‘정당방위’ 판단
26일 오전 3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한 골목에서 A 경찰관이 5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경찰관이 흉기 난동범에게 실탄을 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과거 유사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용의자에게 총기를 사용했다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경찰관 A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판례를 정립했다.

진주경찰서 동부파출소 소속 경찰관이었던 A씨는 2001년 11월 27일 밤 동료 경찰관과 순찰하던 중 지원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맥주병으로 지인의 목을 찌르고 달아난 B씨가 집에서도 아들에게 흉기를 들이밀며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상황이었다.

B씨는 출동한 A씨와 동료를 보고 곧바로 달려들었다. 일반부 씨름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건장했던 B씨는 순식간에 경찰관 2명을 넘어뜨리고 A씨의 동료 위에 올라타 공격했다. A씨는 넘어진 자세에서 공포탄을 쏘며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B씨가 동료의 목을 누르는 등 공격을 계속하자 그의 상체에 실탄 1발을 발포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몸싸움 당시 B씨가 흉기를 지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총을 쏜 A씨가 과잉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상대방의 대퇴부 아래를 조준해 발사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동료와 함께 2명이 힘을 합하면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B씨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총기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B씨에게 달려들어 동료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권총을 발사해 숨지게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도 검찰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근접한 거리에서 피해자 몸을 향한 실탄 발사는 총기 사용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봤다. 당시 재판부는 “A씨로서는 B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B씨와 몸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포탄을 발사해 경고했는데도 동료 경찰관의 몸 위에 올라탄 채 계속 폭행했고, 언제 칼을 꺼내 공격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 급박한 상황이었다”며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권총을 발사한 것이므로 과잉 대응이라거나 업무상과실치사의 죄책을 물을 만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총탄 맞아 숨진 흉기난동범…부검 1차 소견 ‘총상’

26일 오전 3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 한 골목에서 A경찰관이 50대 남성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여년 만에 비슷한 사례가 재현됐다. 지난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4가 교차로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관에게 달려든 범죄 용의자가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금남지구대 소속 경찰관 C경감은 오전 3시10분쯤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마주친 용의자 D씨에게 흉기로 습격당했다. C경감은 D씨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공포탄에 이은 실탄 3발을 발사했다.

총에 맞은 D씨는 한동안 버티고 있다가 지원 나온 다른 경찰관들에게 제압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C경감은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씨의 시신 부검 결과 “총탄에 의한 장기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 1차 구두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D씨의 시신에서 발견된 총상은 모두 2곳으로, 1발은 주요 장기를 손상한 채 몸 안에 남아있었고 다른 1발은 관통했다. 나머지 한 발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당한 직무집행이었다’며 동료가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경찰청 소속 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입장문을 통해 “지휘부에서는 중상당한 경찰관에게 보호 지원, 위문과 격려 등을 통해 동료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면서 큰 부상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지휘부에서 부상한 경찰관에게 결과론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는 동료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583 韓 매듭 장인과 협업한 펜디 가방 두고 中 "문화 도용"…무슨 일 랭크뉴스 2025.02.28
48582 [단독] 김성훈 “곽종근 환청 들었나” 증언 폄훼하며 경호처 단속 랭크뉴스 2025.02.28
48581 트럼프 "푸틴, 평화협정 맺으면 지킬것"…영국 총리 "안전장치 필요" 랭크뉴스 2025.02.28
48580 길원옥 할머니 추모제서도 막말…“역사 부정 극우세력 공격 거세져” 랭크뉴스 2025.02.28
48579 [강주안의 시시각각] 극한 직업 헌법재판관 랭크뉴스 2025.02.28
48578 트럼프 “펜타닐 유입 못 막으면 3월4일 중국에 10% 추가 관세” 랭크뉴스 2025.02.28
48577 '집회 참석' 비판에 "수준이 이 정도밖에" 막말 랭크뉴스 2025.02.28
48576 4월 16일, 삼성의 '엣지' 공개된다…애플과 진검승부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5.02.28
48575 “중복상장 추진하는 대표이사 연임 막자”.... 소액주주 승전고, 오스코텍서도 울릴까? 랭크뉴스 2025.02.28
48574 기술주 투매 엔비디아 8% 하락… 나스닥 2.78% 급락 랭크뉴스 2025.02.28
48573 "지금 증시 내가 본 것 중 가장 위험"…美 헤지펀드 거물의 경고 [마켓시그널] 랭크뉴스 2025.02.28
48572 계엄 여파… 한국, 글로벌 민주주의 평가 '역대 최저점' 랭크뉴스 2025.02.28
48571 [단독] 마이바흐 끌며 "투자해" 유혹…90억 사기범 징역 9년 랭크뉴스 2025.02.28
48570 "교체하는 척 슬쩍?" 수상한 차량 정비소 랭크뉴스 2025.02.28
48569 [샷!] 나는 화초인가 잡초인가…심화하는 양극화 랭크뉴스 2025.02.28
48568 일단 잘 피했네… 서학개미, 엔비디아 급락 전 일주일 새 2100억원 순매도 랭크뉴스 2025.02.28
48567 추워도 옷 껴입고 잤는데 난방비 30만원?…'폭탄 고지서' 날아든 사람들 랭크뉴스 2025.02.28
48566 [팩트체크] 경기도 살면 인생의 20%를 지하철서 보낸다? 랭크뉴스 2025.02.28
48565 북, 서해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김정은 "핵무력 임전태세 준비" 랭크뉴스 2025.02.28
48564 오픈AI 추론·증류 없는 '최후의 일반 모델' GPT-4.5 내놨다 랭크뉴스 202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