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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상 준수 기준 현저히 위반한 위법 없어"
변론 중계·녹화 관련 국가 손배소송 첫 기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최주연 기자


법원이 재판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건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그 과정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던 게 아닌 이상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장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27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어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수 조영남씨 매니저인 장씨는 2016년 조씨의 '그림 대작 판매 의혹' 사건에 휘말려 조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조씨가 알고 지내던 화가에게 주문한 그림에 약간의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넣어 팔아 1억5,300여만 원을 챙겼고, 그 과정에 장씨가 가담했다고 의심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타인이 관여하는 작업 방식을 대작으로 판단했지만, 2심은 '보조자'를 쓴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공개 변론을 열고 미술계 전문가들 의견을 듣기로 했고, 모든 과정을 중계한 뒤 녹화해 홈페이지에도 게시했다. 영상엔 장씨 모습도 담겼다.

대법원 결론은 무죄였다. 그러나 석달 뒤 장씨는 공개 변론을 문제 삼으며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금(위자료) 3,1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자신의 동의 없이 변론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이를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올려 초상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선례가 없는 이번 사안을 두고 1·2심은 장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국가가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실시간 중계는 문제없지만, 녹화 영상에서 장씨 얼굴이 노출된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2심은 장씨의 음성권 또한 침해됐다고 추가로 인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변론 과정에 법관의 직무상 준수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잘못이 없다"며 파기 환송했다. 재판장의 판단에 부당한 목적이나 명백한 위법행위가 있었던 게 아니라면, 국가배상책임까지 인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장씨가 이미 방송에도 출연해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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