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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연결공사 교량 붕괴 사고 현장. 김종호 기자

" 장인어른은 정말 가족밖에 모르는 사람이셨습니다.(사위 도모씨) "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숨진 이모(65)씨는 빔 런처 조립·해체 등의 작업을 마친 뒤엔 5살짜리 손녀에게 영상통화를 늘 걸던 ‘손주 바라기’였다. 그는 2008년 중국 지린(吉林)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 가족만 생각하며 십수년간 건설업에 종사했다.

4개월 전쯤부터 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이씨는 가족에 대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사위 도씨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던 장모님이 어제 장인의 시신에 충격을 받아 집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사고 이틀째인 26일 오전 희생자 4명의 부검이 끝나면서 빈소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 경기 안산, 경북 영주 등 시신과 연고가 있던 지역에서 장례가 이뤄질 전망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사고가 발생한 경기 안성에 연고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 사고 현장에서 26일 국토안전관리원 등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두 딸을 둔 A씨(56)의 빈소는 경기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눈시울이 불거진 사위 B씨는 “장인어른 숙소에 있던 목욕 바구니엔 통장하고 둘째 딸 처제랑 장인께서 같이 찍으신 사진만…”이라고 말하던 중 울음을 참지 못했다. 사진 속 딸을 바라보며 웃고 있던 A씨와 상반됐다.

A씨 통장엔 사고 현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숙소 주소가 적혀있었다. 열흘 전쯤 적은 메모였다. 이때부터 A씨는 아는 동생의 소개로 장헌산업 소속으로 일했다고 한다. B씨는 “시간을 돌린다면 열흘 전으로 돌리고 싶다”며 또다시 오열했다.

유족들은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B씨가 사고 1주일 전(18일) A씨가 공사 현장을 찍은 영상을 공개하면서다. B씨는 “기계에서 나오는 풍절음도, 바람 소리도 너무 심했다”며 “자재를 덮기 위해 고정해둔 천막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빔 런처 작업을 해봤던 도씨도 “빔 런처 작업이 마무리 단계였는데, 왜 사고가 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상자 6명은 경기 수원의 아주대병원, 단국대병원, 한림대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이 중 2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사고 초기 경상자로 판단된 이모(63)씨는 정밀조사 결과 중상자로 분류됐다. 그는 안와골절 수술을 마친 뒤 가족 면담 과정에서 “하늘이 도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던 이씨는 상판에 매달려있다가 30m 아래 흙더미로 추락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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