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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민이 먼저입니다』란 제목의 책을 내고 본격적인 정치 재개 소식을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16일 국민의힘 대표를 사퇴한 지 2개월여 만이다. 그는 12ㆍ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기까지 여당 대표로서 겪은 과정을 책에 풀어냈다. 자신의 대표직 사퇴에 대해선 “쫓겨났다” “축출됐다”고 표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일인 2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책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탄핵 심판 중인 윤 대통령에 대한 한 전 대표의 심경은 복잡다단했다. 그는 검사 시절인 2000년대 초반부터 윤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한 전 대표는 “여러 일을 함께하며 서로 믿기도 했고, 좋은 기억이 많다. 고마운 마음도 크다. 저는 누구보다 이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랐다”며 “그것 때문에 심적 고통이 매우 컸지만, 이건 모두 제 가슴 속에 담아둬야 할 이야기다. 개인 한동훈이 아니라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상황을 어떻게든 끝내야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처한 지금 상황에 대해선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적인 섭섭함이 있다면 임무를 마치고 난 뒤, 새털같이 시간이 많을 때 이야깃거리처럼 대화를 나누면 된다”고 썼다. 그는 “오랜 사적 관계에도 ‘네가 어떻게 감히’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 저는 그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역사에서 좋은 정치가 펼쳐졌을 땐 공사 구분이 엄격했을 때”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향한 여권 일각의 ‘배신자’ 주장과 관련해선 “특정인을 배신했냐, 안 했냐고 몰아가는 정치는 국민에게 해롭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의혹에 대해선 “주류 정치에 무속이 끼어드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며 “물론 대통령이 그 정도로 무속을 믿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대중이 그렇게 의심하고 우려하는 것만으로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화요일에 계엄 선포한 걸 두곤 “뭔가 비합리적인 이유의 택일이 아닌가란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4일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다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기까지 한 전 대표의 생각 변화도 담겼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절차를 수락하고서도, 1차 탄핵안 부결(12월 7일) 뒤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닷새 만에 깨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한 이상 탄핵 절차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국민께 말씀드렸다”고 썼다.

다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선 “탄핵으로 인해 마음 아픈 분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민다”며 “당과 보수, 대한민국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 비판은 감당하겠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폭로 계획을 사전 제보받았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처음으로 밝혔다. 다만 자신이 이 소식을 듣고 탄핵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12월 5일 늦은 밤, 신뢰할 만한 당 관계자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홍 차장이 계엄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불법적인 지시를 받은 사실을 정치권과 언론 등에 공개적으로 폭로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며 “체포한 정치인 등을 군 수감시설에 수용하려 했다는 얘기는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구체적 내용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여기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만 했다”고 썼다.

실제로 계엄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5일 탄핵 반대 의사를 밝혔던 한 전 대표는, 다음날인 6일 오전 당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부기관을 동원했단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1차 탄핵안 표결 하루 전에 벌어진 입장 변화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이와 관련해 한 전 대표는 “일각에선 내가 이 제보 때문에 대통령 탄핵을 가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1차 탄핵에서 나는 찬성하지 않았고 탄핵은 부결됐다”고 썼다. 이어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탄핵이 아니라 탄핵을 대신할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을 추진했으나 대통령의 약속 번복으로 인해 이루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의 개헌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그는 “계엄 사태를 겪으며 현행 헌법상 대통령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것도 실감했다. 1987년 헌법의 5년 단임제는 목표를 잃은 대통령이 이판사판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든다”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 다만 오늘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서 보듯 비대해진 의회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 사생결단식 전쟁이 벌어지는 소선거구제의 맹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한편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지금 계엄을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의 계엄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쓴 대목은 야권 반발을 샀다. 한 전 대표는 “불법 계엄을 해도 조기 퇴진을 거부하고 탄핵도 당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고 가정해보면,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고 하자,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나는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 재판이나 잘 받아라”고 맞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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