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수석 “출산율 상승, 상당 기간 지속”
2024년 혼인건수 15% 증가 등 선행 지표 ‘맑음’
기저효과에 따른 “기술적 반등” 지적도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관측과 함께,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왔다’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혼인도 15% 증가… 정부는 “정책 효과, 출산율 상승 지속 전망”
26일 통계청의 ‘2024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전년 보다 8300명 증가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20명에서 2016년 40만6243명으로 3만2000명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8년 연속 줄었다. 2020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내려 앉았고, 지난 2023년에는 23만명까지 줄었다. 월 평균 출생아 수가 2만명도 안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하며 반등했다.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9년 만이다.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 대비 0.03명 늘었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 2022~2072′에서 제시한 2024년 합계출산율 중위 추계치(0.68명) 대비 0.07명 높은 수준이고, 저출산 극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고위추계’ 전망치(0.70명)보다도 0.05명 높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 반등과 함께 저출산 극복에 긍정적인 지표는 혼인 건수 증가다. 2024년 혼인은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이는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결혼 후 출산이 일반적인 국내 관습을 고려할 때, 혼인 건수 증가는 출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심지어 이번 통계에선 결혼 기간에 따른 출생을 분석한 결과, 결혼 후 2년 안에 낳는 비중이 35%로 전년 대비 1.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이후 2년 안에 출산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저출산 극복 정책의 효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출산율 상승이 일시적인 데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을 국정 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해 왔다. 2023년 부모 급여를 신설하고, 2024년에는 육아휴직 6+6 제도 도입과 출산 가구 특별주택 공급 등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이찬영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혼인이 계속 증가한 게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본다”면서 “연장선상에서 2024년 혼인건수가 급증했다는 건 향후 출생아수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출산 문제가 개인적인 일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출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반등 불과” 지적도… 출산율 제고 정책 이어 나가야
출산율 반등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직 박수를 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절대적인 출산율 수준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 훑어보기’(society at glance)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스페인도 합계출산율은 1.16명에 달했다.
올해 통계에서도 첫째아를 출산하는 여성의 연령이 계속 올라가는 게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지난해 첫째아를 출산한 산모의 평균 연령은 33.1세로 전년 보다 0.1세 상승했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로, 이 역시 0.1세 상승했다.
의학 발전으로 난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령 출산이 늘고 있지만, 출산 연령이 늦어질수록 둘째아 이상은 포기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결혼적령기 남녀의 결혼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오랜만에 좋은 지표가 나왔지만, 정말 저출산 문제가 재대로 개선되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며 “코로나 엔데믹으로 출산 선행 지표인 혼인수가 늘었고, 이에 따른 기술적 효과로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결혼과 출산을 위한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됐는지, 특히 고용과 주거 환경이 좋아졌는지 보면 이게 개선됐다는 통계는 없다.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기술적 반등에 불과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지표에 샴페인을 빨리 터트릴 일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선행 지표인 혼인 건수는 19만건에서 22만건으로 3만건이 늘었지만, (합계)출산율은 0.03, 출생아수는 8300명밖에 안 늘었다”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출산율 반등을 위해선 청년 세대를 위한 주거와 고용 정책 발굴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찬영 교수는 “올해 경제 불확실성, 경기 부진이 향후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소폭이나마 출생아 수가 증가 전환한 만큼 지금의 반등 기세를 잡고 흐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2024년 혼인건수 15% 증가 등 선행 지표 ‘맑음’
기저효과에 따른 “기술적 반등” 지적도
9년 만에 출생아와 합계출산율이 모두 증가했고, 지난해 혼인 증가율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6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침대에 누워 있다. /뉴스1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관측과 함께,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왔다’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혼인도 15% 증가… 정부는 “정책 효과, 출산율 상승 지속 전망”
26일 통계청의 ‘2024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전년 보다 8300명 증가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20명에서 2016년 40만6243명으로 3만2000명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8년 연속 줄었다. 2020년부터는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내려 앉았고, 지난 2023년에는 23만명까지 줄었다. 월 평균 출생아 수가 2만명도 안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하며 반등했다.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9년 만이다.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 대비 0.03명 늘었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 2022~2072′에서 제시한 2024년 합계출산율 중위 추계치(0.68명) 대비 0.07명 높은 수준이고, 저출산 극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고위추계’ 전망치(0.70명)보다도 0.05명 높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 반등과 함께 저출산 극복에 긍정적인 지표는 혼인 건수 증가다. 2024년 혼인은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이는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결혼 후 출산이 일반적인 국내 관습을 고려할 때, 혼인 건수 증가는 출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심지어 이번 통계에선 결혼 기간에 따른 출생을 분석한 결과, 결혼 후 2년 안에 낳는 비중이 35%로 전년 대비 1.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이후 2년 안에 출산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4년 합계출산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저출산 극복 정책의 효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출산율 상승이 일시적인 데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을 국정 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해 왔다. 2023년 부모 급여를 신설하고, 2024년에는 육아휴직 6+6 제도 도입과 출산 가구 특별주택 공급 등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이찬영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혼인이 계속 증가한 게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본다”면서 “연장선상에서 2024년 혼인건수가 급증했다는 건 향후 출생아수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출산 문제가 개인적인 일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출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반등 불과” 지적도… 출산율 제고 정책 이어 나가야
출산율 반등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아직 박수를 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절대적인 출산율 수준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사회 훑어보기’(society at glance)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스페인도 합계출산율은 1.16명에 달했다.
올해 통계에서도 첫째아를 출산하는 여성의 연령이 계속 올라가는 게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지난해 첫째아를 출산한 산모의 평균 연령은 33.1세로 전년 보다 0.1세 상승했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7세로, 이 역시 0.1세 상승했다.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 추이. /통계청 제공
의학 발전으로 난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령 출산이 늘고 있지만, 출산 연령이 늦어질수록 둘째아 이상은 포기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결혼적령기 남녀의 결혼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오랜만에 좋은 지표가 나왔지만, 정말 저출산 문제가 재대로 개선되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며 “코로나 엔데믹으로 출산 선행 지표인 혼인수가 늘었고, 이에 따른 기술적 효과로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결혼과 출산을 위한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됐는지, 특히 고용과 주거 환경이 좋아졌는지 보면 이게 개선됐다는 통계는 없다.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기술적 반등에 불과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지표에 샴페인을 빨리 터트릴 일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선행 지표인 혼인 건수는 19만건에서 22만건으로 3만건이 늘었지만, (합계)출산율은 0.03, 출생아수는 8300명밖에 안 늘었다”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출산율 반등을 위해선 청년 세대를 위한 주거와 고용 정책 발굴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찬영 교수는 “올해 경제 불확실성, 경기 부진이 향후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소폭이나마 출생아 수가 증가 전환한 만큼 지금의 반등 기세를 잡고 흐름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