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회담 후 가지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으로부터 광물협정 초안을 받았을 때 격노해 고성이 회의장 밖으로 새어 나왔다는 후일담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젤렌스키의 가장 거친 전투가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곤경에 처한 그의 상황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종전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젤렌스키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키이우를 방문한 베센트 장관과 비공개 회담을 했다. 우크라이나의 희귀 광물과 주요 자원에 대한 50%의 권리를 요구하는 미국의 '광물협정' 초안을 전달받은 자리였다. FT는 '걸걸한 목소리는 회의장 밖에서도 분명히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하며 "젤렌스키가 매우 화가 나 있었다"는 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베센트 재무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즉석에서 이 협정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이에 반발하며 서명하지 않았다.
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또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며 우크라이나에 광물협정 합의를 압박했다.
그러나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57%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젤렌스키를 신뢰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공격에 즉각 반응하며 트럼프가 "러시아의 허위 정보가 퍼진 세계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약 2주 동안 이뤄진 줄다리기 끝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이 오는 28일 양국 정상에 의해 공식 서명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금요일(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오고 싶다면 나는 물론 괜찮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젤렌스키는 나와 함께 광물협정에 서명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큰 거래라는 걸 알고 있다. 1조 달러(약 1433조원)에 달할 수 있다"며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앞서 AFP 통신도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국간 협상이 합의점에 도달했으며, 오는 28일 양측이 서명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